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선수의 부정 유니폼 논란이 벌어진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웃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3-2(25-8 17-25 23-25 25-21 15-12)로 이겼다. 

4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승점 61(21승8패)로 2위 현대캐피탈(18승11패·승점 52)에 9점 앞선 1위를 고수했다. 가스파리니(28점)-김학민(16점) 쌍포는 44점을 합작했다. 

주전 세터 강민웅이 유니폼을 놓고 오면서 경기에서 이탈한 한국전력은 연승 분위기가 깨졌다. 백업 세터 황원선이 선전했지만 승점 1을 가져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승점 51(19승11패)로 3위. 

1세트에서는 한국전력 주전 세터 강민웅이 홀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뛴 탓에 20여분 간 경기가 중단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강민웅은 남색 계열의 원정 유니폼을 챙겨야 했지만 붉은색 계열의 홈 유니폼을 가져오는 실수를 범했다.

2016~2017 V-리그 운영요강 제48조(유니폼 색상) 1항에 따르면 리베로를 제외한 한 팀의 모든 선수는 같은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이 조항을 충족하지 못한 강민웅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었고 신영철 감독은 백업 세터인 황원선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강민웅은 1세트 1-4에서 코트에 등장했다. 부랴부랴 팀 관계자를 통해 전달 받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투입됐지만 이번에는 디자인이 맞지 않았다. 

강민웅이 입은 유니폼은 민소매로 한국전력이 지난 시즌 한국배구연맹(KOVO)에 등록한 것이다. 유니폼 팔 부분의 길이와 디자인이 올 시즌 유니폼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14-12에서 강민웅의 유니폼 문제를 지적했고 경기 감독관은 뒤늦게 규정을 확인한 뒤 한국전력의 점수를 1점으로 되돌렸다. 

14-1에서 재개된 1세트는 대한항공이 25-8로 가져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먼저 추스른 쪽은 한국전력이었다. 백업 세터 황원선은 기대 이상의 침착함을 뽐내며, 동료들에게 정확히 공을 배달했다.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한국전력 선수들은 평소보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일관했고 2세트를 25-17로 가져갔다. 

3세트도 한국전력의 몫이었다. 한국전력은 19-19에서 바로티와 서재덕이 가스파리나, 김학민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2점차를 만들었다.

24-23에서는 전광인의 공격이 블로킹을 뚫어내면서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2-1 리드를 잡았다.

예상 밖 일격에 주춤하던 대한항공은 4세트 들어 경기력을 회복했다.

가스파리니의 연이은 서브 에이스로 초반 분위기를 압도한 대한항공은 김학민과 가스파리니의 릴레이 득점에 15-9까지 달아났다. 

막판 추격을 허용했지만 가스파리니의 후위공격을 앞세워 4세트를 25-21로 정리했다. 

5세트로 넘어간 승부에서 행운의 여신은 대한항공을 보고 웃었다. 가스파리니의 강서브가 희비를 갈랐다. 

가스파리니는 9-8에서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득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강서브에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의 범실을 유도해내며, 12-8까지 달아났다. 

가스파리니는 13-12에서도 깔끔한 후위공격으로 한국전력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1(25-23 22-25 26-24 25-20)로 제압했다.

지난 9일 IBK기업은행전 완패로 선두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승점 52(18승7패)로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IBK기업은행(15승9패·승점 48)과의 격차를 4점으로 벌렸다. 

러브가 41점을 올렸고 김수지가 11점을 보탰다. 신연경은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 3개 포함 7점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승점 37(13승12패)로 불안한 3위를 유지했다. 3세트 역전패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운명은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갈렸다. 

2세트 승리로 흐름을 탄 현대건설은 3세트 베테랑 한유미의 공격까지 터지면서 여유 있게 앞섰다. 15-9에서는 이다영마저 득점에 가담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9-24까지 끌려가던 흥국생명은 러브와 김수지의 득점으로 3점차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패색은 짙었다.

이때 신연경이 해결사로 나섰다. 신연경은 21-24에서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며, 러브의 득점을 도왔다. 이후에는 정미선을 겨냥한 2연속 서브 에이스로 승부를 듀스로 넘겼다. 

신연경의 활약으로 힘을 낸 흥국생명은 김수지와 러브의 연속 득점으로 3세트를 26-24로 따냈다. 

흥국생명은 세트 포인트에 몰린 이후 7점을 몰아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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