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인연을 말할 때 흔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고들 한다.

이는 불교에서 낯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소매를 스치는 것 같은 사소(些少)한 일이라도 모두가 전생(前生)의 깊은 인연(因緣)에 의(依)한 것임을 이르는 말에 뿌리를 둔 속담이라 하겠다.

하지만 ‘속담치고는 어설프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 어설프다기보다 잘못 표현된 속담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왜 잘못된 속담인가? 

이 속담에서 ‘옷깃을 스치는’ 것은 낯선 사람끼리 우연히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생소한 사람끼리 우연히 만나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옷깃을 스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옷깃을 스치려면 적어도 의도적인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만일 은근슬쩍 남의 옷깃을 스쳤다간 요즘 한창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미 투’ 운동의 대상자로 걸려들기 십상일 것이다.

왜 그런가? 그건 이런 이유 때문에 그렇다.

옷깃은 저고리나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옷깃’을 스치려면 그쪽 사람의 목둘레 또는 목을 스쳐야만 옷깃을 스칠 수가 있다. 그런데 낯선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목둘레에 있는 옷깃을 스칠 수가 있단 말인가? 계획적인 상당한 무례(無禮)를 범하기 전에는 우연히 이루어 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속담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옷깃만 스쳐도…….’라고 하여 옷깃을 스치는 일이 매우 작고 하찮으며 사소한 일인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아무런 감정의 교류 없이 목둘레에 붙어있는 옷깃을 스친다면 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 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행위자의 불순한 속셈이 계산된 실로 엄청난 일이 되는 것이다. 요즘 세상 같으면 성희롱 죄로 고발감이요, ‘미 투’ 운동의 대상자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부부나 애인 또는 최소한도로 혈육 관계에 있는 자기 식구가 아니면 남의 옷깃을 스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속담은 잘못된 속담이다. 

내친김에 이 속담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다.’ 또는 ‘옷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다.’라고.

고의(故意)성이 있는 옷깃보다 옷소매나 옷자락은 우연히 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력(略歷) (효산<曉山> 주광현<朱曠賢>)

-출생 :  1945년 2월 27일 생

-등단 :  1990년 7월 월간 ‘한국시’ 수필 등단,  2006년 2월 월간 ‘한국시’ 시 등단

-수상 : 월간 ‘한국시’ 문학상 본상 수상, 영호남수필문학상 공로상 수상, 전남문학상 수상,

2017년 올해를 빛낸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

-경력 : 전남수필문학 회장(5년), 영호남수필 전남지역회장(5년), 시류문학회장(4년), 전남문협 수필분과 회장(4년), 전남문협 부회장(4년) 등 역임

-현재 :  전남문협 이사, 한국문협 시분과 회원

-저서 : 시집 3권 <세월이 흐르는 소리> 외 2권,  수필집 3권 <꽃그늘 밟은 세월>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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