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엔 재정환율은 전일 대비 4.58원 내린 100엔당 999.08원에 마감했다. 원·엔 환율이 종가 기준 1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1일(989.12원)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20~1030대원 수준이었던 원·엔 환율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강달러 억제’에 나서면서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의 상승세가 유독 가파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208원 수준에서 지난 14일 1137.4원으로 5.8%나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3.2% 하락하는데 그쳤다.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환율 압박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점이 최근 엔화 약세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일본의 금융 완화정책이 환율조작이 아니라는 것에 트럼프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대선 이후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국내 주식시장에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된 것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경원 현대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가 회복되다보니 대내외 금리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기대한 꾸준히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오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엔화 약세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2012년 100엔당 1300~1400원대까지 올라갔던 원·엔 환율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이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4년여 만에 엔화에 비해 원화가 20~30% 가량 절상된 셈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일본은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수출 품목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원·엔 환율 하락은 치명적”이라며 “수출이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마저 절상이 된다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 대미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을 상대로 환율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외교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오 교수는 “중국도 미국과 3~4월쯤 정상회담을 하면서 모종의 화해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벌이는 가운데 우리만 외톨이가 돼 유탄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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