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인천남구회장 고정숙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병문안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 후 몸 상태는 어떤가하는 생각에 연락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화제가 병원비 얘기로 돌아갔다. 딱히 들어둔 보험도 모아둔 예금도 없어 병원비 낼 생각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퇴원할 때 보니 생각보다 병원비가 덜 나왔다면서 오히려 의아해 했다고 한다.

  통화를 마치고 “왜 병원비가 덜 나왔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한동안 신문 지면을 오르내리던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가장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찾아보니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의료비 상한액을 손보며 재난적의료비를 지원한다는 등 이런저런 개선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당장 바뀐 내용은 1월부터 선택진료비가 폐지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받은 혜택은 이 부분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일전에 신문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에 관한 통계를 본 일이 있다.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수치가 바로 건강보험 보장률인데, 2016년의 보장률은 62.6%로 전년도 63.4%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급여비가 전년대비 1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는 17% 더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가계 부담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이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핵심 대책이 되어야할 것이다.

작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에 응답하였고 희망 보장률은 75.9%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장률 강화에 찬성하며 보험료도 더 내겠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하였고, ‘추가 부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9.5%에 달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국민들이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비급여로 의료비가 나가든 건강보험료로 나가든 결국 내 지갑에서 나갈 수밖에는 없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면 나 혼자 내는 의료비와 온 국민이 함께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비교해보면 어느 편이 더 무거운 부담일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의료비 부담이 대폭 줄어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다면 비싼 의료비 때문에 개인이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던 각종 실손보험 부담까지도 덜 수 있다. 언론 지면을 볼 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우리들이 차분히 생각해보면 어떨까한다. 정부가 국민들이 보장성 강화 대책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한다는 대의에는 의료계도 이견이 없을 것이나, 의료계가 지적하는 재정의 문제도 타당성이 있다. 비급여를 급여화하여 의료비 부담이 완화되면 경증 질환 등을 대학병원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또한 필요 이상의 의료서비스 이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애초 정부에서 예상한 소요 재원을 훌쩍 뛰어 넘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충분히 고려하며 과다진료 방지 대책과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재정 추가확보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의 관리자로서 진료비 부당 청구의 철저한 관리 등 지출 요인 억제 노력과 보험재정 확충노력 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공급자, 소비자, 또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및 건강보험공단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문재인 케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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