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대작(代作)과 대작(大作·162 x 130.5 cm)사이에 있다. 비공개로 대작 물의를 일으킨 조영남과 달리 공식적으로 “대작했다”고 밝히는 전시다.

작가는 노동자를 소개받아 시간당 8000원을 주고 평균 7시간, 3~4일씩 작업하게 했다. 노동자수는 8명이고 직업 소개소에 1인당 소개비 1만원을 줬다. 20대에서 60대까지 노동자들의 국적은 몽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한국인으로 남녀 성비는 4대4였다. 

노동자들에게 1호짜리 붓(가장 얇은 붓의 단위)을 주고 100호짜리 평면 캔버스 전체를 색을 채우라고 지시했다. 작가는 그들에게 시간당 8000원의 댓가로 매일 성실함을 요청했다. 

그렇게 칠해진 배경 위에 작가는 아무 의미도 없는 선(펜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휘갈긴 볼펜 흔적을 확대해 그대로 옮긴 선)을 붓질로 옮겨서 작업을 완성했다. 

화면에 남은 이미지는 노동자와 작가에게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노동자와 고용주 간의 관계만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시간당 급여만 받으면 그뿐이고 작가 역시 지시한 목적을 이루면 그뿐이다. 

휘갈리듯 아무 의미없는 그림, 작가는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로 제목을 달았다. 

명백한 대작(代作) 이다. 반면 작가는 당당하다.

그는 “이 회화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무의미한 것에 성실한 태도를 가지게 되면 미래에는 사회 시스템이 제시하는 노동과 소비 구조에 모두가 길들여진 몰개성한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경고”라고 밝혔다. 

‘꿈보다 해몽’같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나온 작품이 전시장에 걸렸다. 

지난 15일 강남에서 강북 성북동으로 이전한 ‘313 아트프로젝트(대표 이미금) 가 작가 이완(38)의 개인전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개막했다.

이완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지만 미술시장에서 이름세는 아직 이완(弛緩)중이다. 

젊은 작가로서 경력은 탄탄하다. 지난 2014년 삼성미술관 리움 선정 제 1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5년 313아트프로젝트, 2013년 대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면서 ‘현대 사회가 사회가 지각해야 할 탈 식민적 시의성과 시각 예술로서의 작품성을 동시에 가지는 작가’로 평가 받았다. 그는 예술이 특히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가 가지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 이를 정치 및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표현한다 .

‘대작’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313아트프로젝트의 ‘성북동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선정한 이완의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작가가 베니스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과정을 국내 미술계에 공유하는 의미로 마련했다. 비엔날레에서 전시할 회화 시리즈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 그리고 메이드인 영상 시리즈를 선보인다.

무의미에 가까운 한 끼 식사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는 비디오 작업은 회화 작품과 더불어 지금 시대에 ‘무의미함’ 그리고 ‘성실한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반추하게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인 작가가 요구하는대로 만들어진 그림은 작가와 노동자 그 누구에게도 작품으로서 의미를 가지지 못하며, 단지 계약을 이행한 성실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화면만 보면 이게 그림인가 싶다. 작업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장난 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려고 전시장 왔나’, ‘이게 작품이란 말인가?’ 생각과 과연 현대미술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간당 8000원을 받고 노동자들이 그린 그림은 전시장에 걸리자 30호 800만원, 100호 2000만원에 가격이 매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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