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심사가 한층 깐깐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을 시작으로 한 대출 억제 정책이 제2금융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저축은행 대출채권의 연체 판단 기준이 은행과 상호금융 수준으로 강화된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체 2개월 미만 자산을 ‘정상’으로 2∼4개월 미만은 ‘요주의’로 구분한다. 2분기부터는 1개월 미만 채권은 정상, 1∼3개월은 요주의로 분류되고 연체 3개월 이상은 고정 또는 회수의문, 12개월 이상은 추정손실로 분류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3년에 걸쳐 이 기준을 바탕으로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충당금 적립률을 쌓아야 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해 금융사는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저축은행은 ‘정상’ 자산에 0.5%, ‘요주의’에 2%, ‘고정’에 20%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은행과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사는 가계대출을 기준으로 각각 1%(정상), 10%(요주의), 20%(고정)의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전문회사의 건전성 규제도 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사실상 전 금융권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저신용자와 서민은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5~6등급의 중·저 신용자가 주요 고객이지만 저신용자도 일부 취급한다”며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 7등급 이하의 고객은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총량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서민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막고 있다”며 “제2금융권에서 탈락하고 서민금융 혜택은 받지 못하는 중간에 끼인 소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대책은 어떤 계층이 문제인지 지역·소득·담보 등으로 세분화해 부실화 가능성을 미시적으로 따져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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