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현 /   연중 가장 아름답다는 10월이 벌써 중순에 접어들었다. 하늘은 높고 산야(山野) 에 있는 나무들은 단풍이 들어가고 있다. 단풍이 들어간다는 것은 식물이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봄과 여름은 식물이 마음 놓고 기지개 켜 가면서 쑥쑥 자라는 좋은 계절이다.이때쯤 되면 동물은 어떤가? 먼저 멀리서 온 손님 새인 여름 철새 얘기부터 해 보자. 

이들은 우리나라에 오자마자 사랑의 둥지를 틀고 봄바람에 짝짓기를 한다. 이렇게 해 알을 낳고 새끼를 친다. 새끼가 커서 날 정도가 되면 나는((飛行術) 연습을 시킨다. 

여기서 한자어(漢字語) ‘익힐 습(習)자’의 자형(字形)이 상형(象形)됐음을 알 수 있다. 즉 익힐 습(習)자의 자형은 이렇게 어린 새가 나는 연습 과정을 보고 이를 상형(象形) 해 만든 글자이다. 이 글자를 살펴보면 새의 양쪽 날개를 상징하는 깃우(羽)자가 양쪽 좌우 날개가 되고 그 아래 가운데에 흰 백(白자)자가 합성돼 있다. 흰 백(白)자는 일백 백(百)자에서 한 획이 부족한 것이나 이는 일백(一百)이나 다름없이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 만들어 진 글자가 ‘익힐 습(習)자’이다.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어미를 따라서 나는 연습을 백번이고 천 번이고 해 잘 날아 갈수 있을 때까지 한다. 그리해 나는 수법이 익숙해지면 이제부터는 사냥 기술을 배운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을 해야 냉엄한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철새들은 가을이 오면 강남까지 날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비행술에 능란(能爛)해야 하고 영양 공급을 잘해 몸이 튼튼해야 한다. 비행(飛行)도중에 체력이 달리거나 천적을 만나 피하지 못하면 도중하차해 생을 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잘 먹고 나는 연습을 철저히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타고 난 그들의 운명인 것이다. 

겨울과 맞서기 위해선 식물이나 동물 모두 그 준비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종류에 따라 대비(對備) 방법이 다를 뿐이다

먼저 식물에서 보자. 풀들은 가을에 열매를 맺어 씨앗을 남기고 겨울이 오면 쓸쓸히 죽는다. 또 여러해살이풀은 겨울엔 잎줄기는 죽고 뿌리만 보전했다가 봄이 오면 뿌리에서 생명(生命)의 새싹이 올라온다. 

나무는 어떤가? 가을이 오면 겨울 맞을 준비로 여름내 푸르렀던 잎을 낙엽으로 만들어 떨군다. 그리고 그 자리엔 겨울눈을 만들어 겨울을 견뎌 낸다.

동물도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 철새들은 강남으로 떠나고 겨울 철새들은 추운 러시아 지방보다는 더 따뜻한 우리나라에 와서 삼동(三冬)을 지낸다. 

길짐승들은 또 어떤 방법으로 겨울을 나는가? 양서류인 개구리들과 뱀을 비롯한 파충류들은 가으내 영양식으로 잘 먹고 살찌운 후 땅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설치류인 다람쥐는 가을에 누구보다 바쁘게 열매를 모은다. 겨울에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식물이나 동물이나 생존을 위해 자연환경에 적응한다.

 식물과 동물에서 가장 큰 특징은 임의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운명이 갈라진다.

 식물은 싹이 터서 생명을 부여받은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다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에 반해 동물은 자기의 의지에 따라 그 활동 반경이 달라진다. 

식물과 동물은 근본적으로 이렇게 다르기에 식물에게는 ‘자생(自生)’한다는 용어를 쓰고 동물에겐 서식(棲息)한다고 한다. 이의 활용 어휘로 식물에겐 자생지(自生地)가 있고 동물에겐 서식지(棲息地)가 있다.

 또 자생지에는 끼리끼리 모여 동네를 이루고 사는 식물 군락지(群落地)가 있고 서식하는 동물에겐 동물 군집(群集) 형태가 있다.

이렇게 식물과 동물의 생태계에 대한 명확한 용어가 있는데도 근간(近間)에 나오는 잡지를 보면 간혹 식물에게도 서식(棲息)한다는 용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 이렇게 되면 언어문화(言語文化)의 근간(根幹)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자못 염려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