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인간(人間)은 무엇인가? 인간은 사람 인(人)자에, 사이 간(間)자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한다. 이를 좀 더 펼쳐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란 인간관계(人間關係)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언어가 필수적(必須的)이다.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인간관계를 이어 간다.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언어라 해도 그 시원(始原)은 자연 발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때에 따라 궤도(軌道)를 벗어나 지나치게 자의적(恣意的)인 언어 구사(驅使)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지켜야 할 준엄(峻嚴)한 질서가 있다. 언어에 있어서 질서란 일정한 궤도(軌道)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말로도 통한다. 말(言語)이 궤도(軌道)를 벗어나면 막말이 되거나 언어도단(言語道斷)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막말은 뭐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은 또 뭔가?

기왕 말(言語)에 대해 말문을 열고 나왔으니 이 두 가지 말에 대해 차분하게 한번 생각해 보고 그 뜻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막말’은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것으로 품위가 없는 말이다.’ 예를 들면, ‘막말을 듣다/막말을 해 대다/앞뒤 가리지 않는 막말을 쏟아 부었다.’ 등이다. 다음으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은 무엇인가? 글자대로 풀이하면 말길(言路)이 끊어졌다는 뜻이다. ‘말길이 끊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말에도 길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 말에도 길이 있다. 그 말길(言路)이란 게 다른 말로 하면 ‘언어 궤도(軌道)’란 것이다. 기차가 기찻길(궤도:軌道)을 벗어나면 탈선(脫線)이 되고 탈선은 사고로 이어 진다. 따라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란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어이가 없어서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렇게 막말이나 언어도단의 말은 소중한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게 된다.

그렇다면 궤도(軌道)를 벗어난 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우연찮게’라는 말을 언중에서 예상 외로 많이 쓰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우연찮게’라는 말이 잘못된 말인가? 이 말을 아래와 같이 풀어 보면 왜 잘못된 말인지 자명(自明)하다. ‘우연찮게’ 라는 말은 ‘우연찮다’라는 말의 어미변화 즉 활용어이다. 이는 「형용사」‘우연하다’의 잘못된 말이다. 왜 그런가? ‘우연찮다’는 ‘우연치 않다’라는 말의 준말이고 ‘우연치 않다’는 ‘우연하다’를 부정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 두 말은 서로 반대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중에서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우연하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이와 비슷한 말이 여럿 있음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시답잖다 ’는 어떤 말인가? 이는 ‘시답지 않다’라는 말로서 ‘시답다’의 반대말이다. 

또 ‘적잖다’는 말은 어떤 말인가? 이 말 역시 ‘적지 않다’라는 말로서 ‘적다’의 반대말이 아닌가? 

같은 논리로 ‘많잖다, 어렵잖다, 어둡잖다, 개운 찮다’ 등 우리말의 많은 형용사에서 조어(造語)가 성립될 수 있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긍정과 부정의 관계에 있는 말들로 뜻이 서로 반대가 된다.

이렇게 ‘우연찮게’라는 말은 ‘우연히’ 또는 ‘우연하게’와 동의어로 쓸 수 없는 서로 반대말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말을 동의어로 쓰고 있는 것은 궤도에 이탈한 것이며,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이유가 충분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심히 유감(遺憾)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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