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 발라드’의 개척자로 통하는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의 곡들을 엮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오는 11월2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지난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영훈은 2차례 수술을 거쳤으나 암세포가 위까지 전이되는 등 병세가 악화해 2008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80~90년대 가수 이문세 등과 호흡을 맞추며 숱한 히트곡을 탄생시킨 한국 대중음악 간판 작곡가다. 특히 ‘광화문연가’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붉은노을’ ‘옛사랑’ 등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로 유명한 곡들을 만들었다. 

이 노래를 엮은 뮤지컬은 지난 2011년 초연한 버전과 다른 버전으로 지난해 초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1년 만에 다시 공연한다. 

이지나 연출은 지난 17일 “대중음악계에 큰 획을 그은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면서 “그의 음악은 사랑의 지나간 감정을 토로한다”고 짚었다. 

실제 뮤지컬도 지난 사랑의 기억을 톺아본다. 공연계에서 ‘애이불비’의 해학 정서를 가장 잘 살린다는 평을 듣는 고선웅 작가 겸 연출이 대본을 썼다. 

그는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고인과 고인을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송가(送歌)이자 이영훈의 아내인 영훈뮤직 김은옥 대표를 위한 위로가를 만들어냈다.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고 이문세가 노래한 이영훈의 ‘기억이란 사랑보다’ 노랫말처럼 사랑보다 더 강한 듯하지만 그런데도 사랑을 이길 수 없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1980~90년대 정서를 강력하게 환기하는 뮤지컬이다. 주인공 ‘명우’가 임종 1분을 남기고 기억 또는 마음의 빈집에 자리 잡은 옛사랑 ‘수아’에 대한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골격이다.

이 연출은 “극은 명우가 자기 음악 인생을 회상하면서 만들어진, 기억의 조합이다. 그것이 다 모여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했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소개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는 가수 서태지의 곡들을 엮은 ‘페스트’,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신중현의 명곡들을 묶은 ‘미인’ 등의 음악을 매만졌다. 

김 감독은 이영훈의 곡들에 관해 “주크박스 뮤지컬은 원곡의 페이소스와 드라마적인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은 원곡의 힘이 너무 강해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연에는 지난해 포함하지 않은 ‘장군의 동상’을 추가한다.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본부장은 지난해 공연에 관해 “이영훈의 음악적인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난해 차마 사용하지 못했으나, 여전히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명곡이 많다. 그런 점을 이번 공연에 살렸다”고 귀띔했다. 

톱배우들이 나온다. 임종을 앞둔 주인공 ‘중년 명우’ 역에 안재욱, 이건명, 강필석 등이 캐스팅됐다. 

이 연출은 “꼭 성별을 정확히 나눠야 하는 역이 아니면 앞으로도 젠더 프리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다”며 “여자 배우들이 야망을 품을 수 있는 역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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