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역 배우의 매력에 따라 작품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지난 2009년 초연 이후 벌써 8번째 시즌이다. 공연때마다 안중근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새로운 안중근은 ‘원조 한류스타’ 안재욱(46)과 ‘꽃미남 가수’ 이지훈(38)이 변신했다. 이미 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성화(41), 양준모(37)와는 다른 매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단지 동맹에서 결연함,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언도받을 때의 당당함 등 안중근 의사의 참된 면모가 배우의 몸짓과 말투로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남자 중창의 멋스러움과 비장함을 겸비한 뮤지컬 ‘영웅’을 통해 드러나는 안재욱과 이지훈의 매력과 차이점을 톺아본다. 

안재욱은 ‘영웅’에서 그의 호소력 짙은 노래의 결은 한층 세밀해졌다는 평이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로 성악 발성을 사용한 ‘영웅’의 넘버는 어렵기로 소문이 났다. 

안재욱은 배우답게 이를 따라 하기보다 정확한 발성, 차분한 호흡으로 자신만이 해석이 담긴 넘버를 들려준다. 

‘영웅’의 하이라이트인 ‘누가 죄인인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사과하면서도 그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는 장면에서 발성과 발음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그는 안중근 의사의 진심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씨라는 안재욱은 “안중근 의사 역에 대한 기대감, 책임감,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안재욱이 노래도 잘하는 뮤지컬배우라는 도장을 확실히 찍은 건 창작뮤지컬 ‘아리랑’을 통해서다.

조정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초연한 이 뮤지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을 맡아 연기력 못지않은 호소력 짙은 노래를 선보였다. 나라를 향한 애절한 마음이 그의 노래로 치환될 때 절실함이 더해졌고 ‘안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편, ‘영웅’은 이지훈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감당해온 역 중 가장 무게감이 있는 캐릭터다. 이전과 다른 발성법부터 그가 도전해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부담과 책임을 갖고 이 역할에 임했다는 전언이 계속 들려왔다. 

그 노력이 통했다. 이지훈이 가장 빛나는 무대는 1막 마지막 ‘그날을 기약하며’다. 

독립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대형을 이뤄 비장미 넘치게 부르는데 이때 가장 돋보인다. 

무대 중앙 앞에서 이 대열을 이끄는 이지훈은 훤칠한 외모로 안중근의 청년 시절을 끌어낸다. 이 모습은 특히 젊은 나이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 안중근의 마음과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와락 와닿게 한다.

이지훈은 지난 1996년 ‘왜 하늘은’으로 데뷔하자마자 수려한 외모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2006년 ‘알타보이즈’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후에는 ‘가수의 틀’을 벗기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뮤지컬 무대는 꽃미남 가수였던 그를 성장시켰다.

이지훈이 자타공인 뮤지컬배우로 인정받은 건 지난해부터다.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모차르트의 내적·외적 갈등과 고민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만난 ‘영웅’의 안중근을 통해 날마다 도전중이다.

그는 “죽음의 두려움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사형대 올라서면서 장부가를 부를 때는 결연한 의지,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대형 창작 뮤지컬 ‘영웅’은 흥행 열기는 꺾일 줄 모른다.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막일인 지난 18일부터 관객 5만5782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은 탄핵정국을 맞은 현실속에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국가’와 ‘영웅’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26일까지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으로 투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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