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소방서 예방교육훈련팀 소방사 이병수 / 어느덧 가을이 오니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졌다. 일반인들은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올 때 추위를 걱정하겠지만 직업이 소방관인 나는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임을 알기에 걱정이 앞선다. 사실 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지 않는 소방관이다. 소방서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업무는 예방을 위한 홍보, 교육을 하는 행정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재 등 각종 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 소방서 홍보, 교육 업무를 하고 있다가 대형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추가 지원을 위한 긴급구조통제단으로 편성돼 사건, 사고의 진행 사항을 알리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9월말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적이 있다. 잔무처리를 하고 소방서를 나와 집에 도착할 때쯤 휴대전화에 ‘연천관내 섬유공장 화재 발생. 대응1단계가 발령! 내근 전직원 응소’ 라는 문자가 왔다. 화재의 확대로 인해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것이다. 차를 돌려 ‘큰 화재가 발생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소방서로 향했다. 차로 30여 분을 달려 소방서로 도착해 먼저 응소한 직원들과 함께 버스와 화물차에 긴급구조통제단 설치를 위한 지원물품들을 실었다. 화재현장으로 출발하려던 중 상황실로부터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문자와 대응1단계 해제 및 비상소집이 해제됐다. 안도에 한숨을 내 쉬며, 응소한 직원들이 다시 퇴근준비를 할 때 나는 카메라와 개인 안전장비를 챙기고 화재현장으로 향했다. 화재의 원인과 피해 상황, 그리고 화재진압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진압, 구조 및 구급대원들을 찍기 위해서다. 소방관들이 화재 및 재난을 대하는 모습도 우리 일을 홍보하는 하나에 방법이지만 화재, 재난의 발생 결과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내가 맡은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섬유공장화재는 거대한 아수라장이었다. 화재 진압과 각종 장비들의 뒤섞임, 침울하게 번쩍이는 경광등, 화재 피해에 울부짖는 사람들과 하소연하는 사람들. 화재는 거의 두 시간을 넘게 잔화정리 및 혹시라도 있을 인명 검색으로 직원들의 얼굴은 피곤과 땀으로 범벅됐다. 그 모습을 볼 때 나도 그들을 도와 진압활동을 거들어 주고 싶지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화재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을 내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하는 일, 그리고 화재 및 재난을 예방하는 홍보 역시 예방이 최선인 재난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화재현장은 다른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됐고 화재조사관에게 화재 원인 및 추가 조사를 뒤로 하고 지원차량이 하나, 둘 센터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을 밤하늘은 차가웠고 그들에 열기는 뜨거웠으며, 아픔은 재와 함께 남았다.
 

소방서로 복귀해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재산 피해는 있었으나 인명피해가 없었음을 스스로 감사하며, 사건개요와 진압활동 사항을 언론사로 보냈다. 또 다시 퇴근길로 향하며 힘든 하루였지만 그 시간까지 위험한 화재현장에서 잔화 정리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예방보다 우선되는 대응은 없으며, 그 예방을 위한 나의 홍보는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을 간직하고 집으로 향하던 내게 작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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