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고객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지난해 연말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2배 가까이 더 상승한 가운데 올해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달 말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 코픽스)는 고정금리(5년 금융채)보다 0.3%포인트에서 0.6%포인트 가량 낮다.

이달 현재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14~4.44%인데 반해 고정금리는 3.43~4.73%다. 신한은행은 변동금리 3.05~4.36%, 고정금리는 3.35~4.46%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3.00~4.00)가 고정금리(3.40~4.40)보다 낮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격차가 더 컸다. 하나은행은 변동금리 3.05~4.01 고정금리 3.53~4.61로 차이가 0.5%포인트 안팎에 달했고 농협은 변동금리 2.84~4.33%, 고정금리 3.50~4.54%로 우량고객의 금리 차이가 두드러졌다.

금리 차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온 지난해 4분기부터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해 9월 2.84%에서 11월 3.10%로 0.26%포인트 상승한 반면, 고정금리는 2.87%에서 3.33%로 0.46%포인트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승 폭이 변동금리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담대는 은행채 3개월·6개월 등 단기시장금리에 영향을 받지만 고정금리 주담대는 5년 은행채 등 장기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서는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소폭 떨어지고 있지만 장기시장금리의 하락폭이 크지 않아 격차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변동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연 1.50%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하락해 이 같은 추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8월 연 1.31%를 저점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하다가 5개월 만에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주는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로 돈을 빌릴 가능성이 크다. 주담대 대출액은 통상 억단위이기 때문에 이자가 0.1%포인트 이상 벌어져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은 차주가 10년간 원리금 상환 방식(1개월 거치)으로 갚는다고 가정하면 이자가 연 3.0%인 경우 월평균 상환액은 291만7702원이지만 이자율이 0.1%포인트 높으면 293만1561원으로 약 1만5000원, 0.3%포인트 오르면(295만9401원) 4만원이나 많다.

그러나 자산관리 전문가와 금융당국은 5년 이상 중·장기 대출 수요자라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고한다. 올해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도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미국 금리 상승 추세가 확인된 만큼 한국 금리도 시차는 있겠지만 상승에 무게를 두고 대응할 것”이며 “비교적 짧은 5년 이내 대출이라면 변동금리가, 5년 이상 10년까지 본다면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고 했기 때문에 자금 조달 기간이 길어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단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에는 대출기간과 중도상환 수수료를 비교해야 한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되기 전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통상 대출잔액의 1% 이상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며 “중도상환 수수료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데 6개월이 지나면 부담이 크지 않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로 간 후 미국 시장과 정책을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리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마다 주력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금리 수준과 수수료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다른 은행과 달리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일단 변동금리로 받고 나서 나중에 전환해도 별다른 손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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