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스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8) 열풍이 일본에서 다시 불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고국에서 출간된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열풍의 핵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도쿄 시부야 구의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 앞에는 이 소설을 가장 빨리 읽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 선 인원이 100명을 넘기기도 했다. 하루키의 마니아를 가리키는 ‘하루키스트’ 등이 밤을 꼬박 세운 것이다. 

이밖에도 도쿄 외 다른 지역의 서점들 앞 역시 ‘기사단장 죽이기’를 구매하기 위한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사단장 죽이기’ 여러권을 수미터의 탑 모양으로 쌓아올린 뒤 이를 가렸던 가림막을 벗겨내자 일부 독자는 환호를 터트리기도 했다. 

◇ ‘기사단장 죽이기’는?

장편소설로는 지난 2013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2권 이상의 장편으로는 2009~2010년 출간된 ‘1Q84’ 이후 7년만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제1부 ‘출현하는 이데아편’, 제2부 ‘변하는 메타파(은유)편’ 등 총 2권이다. 

일본 신초사(新潮社)는 ‘기사단장 죽이기’ 초판 발행 부수로 130만부를 찍었다. 본래 1, 2권을 50만부씩 초반으로 총 100만부를 찍으려 했으나 독자의 호응이 발간 전부터 이어지면서 1권 70만부, 2권 60만부 등 발간부수를 총 30만부 늘렸다. 

일본에서만 지금까지 1000만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 ‘1Q84’는 지난 2010년 출간 당시 초판 50만부를 찍었고 발매 전 20만부를 증쇄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초판 30만부, 발매 전 증쇄 20만부였다. 

국내 인기 작가 초판은 대략 5~10만부를 찍는다. 일본 인구가 약 1억2000만명으로 한국 인구의 2배 이상인 걸 감안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단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는 제목과 400자 원고지 2000장 가량의 분량이라는 걸 제외하고 줄거리, 인물 등에 대한 내용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 있었다. 이름만으로 하루키의 영향력을 새삼 입증한 셈이다. 

현지 언론과 AP통신, 블로그 등에 따르면 ‘얼굴 없는 남자’가 등장하는 초반부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하루키 월드’가 펼쳐진다. 

이혼한 고독한 남성이 주인공이고 그가 여러 장소를 떠도는 등 하루키 소설의 패턴은 여전하다. 다만 그가 화가이며,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놓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는 점에서 한층 깊어진 하루키의 환상적인 세계관이 기대된다. 클래식음악은 물론 롤링스톤스 등 음악 애호가답게 역시 이번에도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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