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카레라스, ‘희로애락’ 녹여낸 월드투어
호세 카레라스, ‘희로애락’ 녹여낸 월드투어
  • 편집국
  • 승인 2017.03.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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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지난 4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 음악과 함께한 인생'을 펼치고 있다.
칠순을 갓 넘긴 전설적인 테너의 마지막 월드투어로 예상되는 내한공연은 47년 성악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절묘하게 압축됐다. 

호세 카레라스(71)가 지난 4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 음악과 함께한 인생’이다. 

거장의 관록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세월의 풍화 작용으로 전성기의 윤기 나는 목소리는 다소 부족했지만 연륜과 깊어진 표현력 그리고 해석력으로 그 틈을 넘치도록 메웠다. 

무엇보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는 점층적인 구성으로 앙코르까지 2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몇곡은 키를 낮췄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목이 풀리면서 오히려 청아해졌고 분명해졌으며, 위엄의 무게가 더욱 실렸다. 

그 과정에서 카레라스의 음악인생이 스쳐갔다. 귀로 듣고 있지만 마음으로 본 공연이기도 한 이유다. 카레라스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에는 기쁨(喜), 세참(怒), 슬픔(哀), 즐거움(樂)이 모두 보였다. 

◆ 희(喜)

카레라스가 들려준 첫 곡은 코스타의 ‘5월이었네’였다. 헤어진 연인이 장미가 만발하는 5월에 다시 만날 것을 뜨겁게 기원하는 이 곡은 다시 한국 팬과 만난 기쁨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었다. 

사랑의 찬가로 통하는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를 들려줄 때는 여전히 넘실대는 섬세한 감수성이 빛을 발했다. 

◆ 노(怒)

카레라스의 이날 무대의 노(怒)는 분노보다 세찬 기운에 가닿았다. 특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 ‘이룰 수 없는 꿈’과 발렌테의 ‘열정’을 부를 때였다. 

노년에도 꿈과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돈키호테의 의지를 담은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를 때 여전히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는 카레라스의 현재가 투영됐다. ‘열정’의 마지막에서 그동안 아껴온 고음을 폭발시킬 때는 나이에 따른 세간의 우려를 단숨에 잠재우는 듯했다. 

◆ 애(哀)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와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들려준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II와 히메네스 ‘알론소의 결혼’ 중 ‘인터메초’가 울려퍼지는 가운데는 무대 뒤 대형 스크린으로 뉴욕 메트 오페라, 라 스칼라 등에서 활약한 카레라스의 전성기 시절 모습들이 지나갔다. 특히 ‘빅 스리 테너’, 즉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75)와 함께 한 무대 사진이 스쳐지나갈 때 애잔한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낙(樂) 또는 악(樂)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본 공연이 마무리되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 장사익이 카레라스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는 모습은 노래 고수들의 뜻깊은 우정을 보여줬다. 

카레라스는 총 6곡의 앙코르 중 무려 4곡(조지아 출신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와 함께 부른 곡까지 포함)을 선사하며, 본인은 물론 2500석이 매진된 객석까지 음악(樂)의 즐거움(樂)을 충분히 누리게 했다. 무대 뒤편의 객석까지 배려해주는 신사다움은 거장의 품위와 품격이 무엇인지를 증명했다.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Core n’ grato)을 부를 때는 회한에 젖어 청중들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앙코르는 영화 ‘물망초’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가곡 ‘나를 잊지 말아요’(Non Ti Scordar Di Me).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내한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데 그지없는 곡이었으니 뭉클함은 당연했다. 

한번 거장은 영원한 거장이며 현재진행형의 전설임을 확인한 무대였다. ‘신께서 노래할 정도의 목소리를 남겨주시는 한 계속 노래하겠다’는 그는 여전히 신의 축복을 받는 테너였다. 월드 투어의 끝에 다시 한국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절실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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