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손진아가 ‘의자’를 버리고 식물의 패턴에 집중하고 있다.

‘자화상같은 의자’ 그림으로 지난 2011년까지 ‘의자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점점 화면에서 의자가 사라지더니 넘실대는 패턴과 화려한 색채작가로 변신했다.

오는 9일부터 서울 이태원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비케이(Gallery BK) 초대전으로 여는 손진아 개인전이 열린다. ‘인스케이프(Inscape), 스케이프(Scape)’라는 타이틀로 여는 2년만의
이번 개인전은 이전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의자라는 특정 오브제를 벗어나는 대신 식물이 가진 다양한 패턴과 흐름을 보여준다. 

“손진아의 이번 작업은 구상적 오브제에서 탈피해 점, 선, 면, 그리고 컬러라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 방식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작업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과 우리의 눈과 마음을 통해 변화되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외부적 힘을 한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정연심 미술비평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한 때 게하르트 리히터의 부인으로 최근 뉴욕 현대미술관 회고전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자 켄즈켄이 지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동안 집요하게 제작한 ‘근원적인 리서치(Basic Research)’ 회화 작업을 연상시킨다”며 “손진아의 작품은 식물의 표면을 다양한 패턴과 색의 흐름으로 읽게 해 외면적 인상, 점-선-면 등이 만들어 내는 형상과 현상의 관계성을 모색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손진아는 일체의 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상과 본질, 현상 등을 추상적 형상으로 그려내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그림의 표면과 작가가 하나가 되고 사물과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하나가 되며, 물질과 정신이 하나로 만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집중성을 보여준다. 손진아의 추상화는 외물(外物)과 자아가 서로 교감하는 인스케이프와 스케이프의 장이 되는 회화적 장(pictorial field)으로 서로 상이한 형상과 색채들을 흡수하고 수용하는 회화적 풍경화이다.”

의자에서 빠져나온 작가는 이제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돌아왔다. 식물이 가진 독특한 인상들이 때로는 빨간색, 주홍색 등 다양한 색채로 전환돼 물결과 파도로 몰아치는 듯 하다. 

한편, 전시는 오는 4월1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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