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초반 단순한 그림 대신 시원한 욕설과 풍자로 제대로 된 B급 문화를 선보였던 애니메이션팀 ‘오인용’이 이번엔 극장판인 ‘만담강호’를 들고 무림에 돌아왔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만담강호’는 오인용 멤버인 정지혁과 장석조 감독이 제작해 지난해 6개월간 웹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좀바라TV’에 연재한 내용을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애니메이션이다. 오인용은 연예인 병역기피를 풍자한 ‘연예인 지옥’, 학원폭력 문제를 다룬 ‘폭력교실’ 등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10여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팀이다. 이들의 작품은 젊은 감각을 살린 유머와 함께 찰진 욕설,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이 등장해 B급 정서를 대변하고 쌓인 분노를 배출해준다.
 

이번에 선보인 ‘만담강호’ 역시 이런 정서가 그대로 담겨있다. 비속어로 가득 찬 거친 입담이 오가는 사이에 등장하는 점잖은 아재개그가 오히려 폭소를 유발한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떼거리로 등장해 한바탕 난장판을 벌인다.
 

작화를 담당한 장석조 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 같은 분위기를 생각했다”고 했다. “마당놀이 같이 한정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나오는 것 말이죠.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죠.”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국내 영화산업 분위기 속에 이들의 영화가 극장판으로 걸리기까지 이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토리와 목소리 연기를 담당한 정지혁 감독은 “극장판을 10년 전부터 꿈꿨다”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에는 투자를 안 해주겠다는 분들이 많아 좌절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번 애니메이션 역시 기대하지도 않았던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 탓에 성사됐다. “처음에 투자가 됐다고 해서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그토록 원했던 극장판이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버릴 순 없었다. 이번 애니메이션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자신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사랑하는 주된 요소인 만큼 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작품을 착하게 만들면 반발이 많이 있더라고요. 욕설 같은 걸 빼면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죠.”
 

하지만 필요하다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다만 정상적인 가족보다는 현실을 풍자하는 비뚤어진 가족상이 담길 듯하다. ‘만담강호’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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