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흥행열풍의 새로운 획을 그은 연극 ‘유도소년’이 2년 만에 돌아와 흐름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막이 오른 세번째 시즌 역시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이재준 연출은 지난 15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 ‘유도소년’ 대본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구현해내기 위한 배우들의 땀과 노력이 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인기 비결을 꼽았다.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지난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뜨겁고도 풋풋하게 그렸다. 

주인공 이름 경찬은 작가 이름 박경찬에서 따왔다. 유도선수 출신인 박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들어갔다.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배우들이 훈련을 통해 재연한 유도, 복싱, 배드민턴 장면이 특히 실감난다. ‘H.O.T.’의 ‘캔디’, ‘UP’의 ‘뿌요뿌요’,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등 지난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한 히트곡들이 삽입돼 아날로그와 향수를 자극한다. 

복고를 다룬 덕분에 ‘연극판 응답하라’로 통하며, 지난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 전 회차 매진 사례와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 연출은 “배우들이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이겨냈는지에 따라 미흡할 수 있는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며 “그로 인해 감동을 주고 에너지를 준 초연, 재연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도소년’이 특기할 만한 건 마냥 과거에만 머무르자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때 열심히 살았다는 열정의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일방적인 회고가 아니라 현재 식어버린 열정을 다시 불지피기 위한 땔감이다.

이 연출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출은 “초연을 만들 때부터 잔기술을 사용하거나 트렌드에 맞추기 보다는 진심을 다하는 경찬이의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었다”며 “연극을 하는 연출가로서뿐만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남자와 가장으로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힘을 줬다”고 말했다. 

“박 작가와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 ‘학원 코믹 로맨스 복고 액션 누아르’를 콘셉트로 삼았어요. 주제를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꾸려나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포기하지 말자’였죠.”

하지만 웃음 코드가 다분한 작품이다. 지난 2014년 4월6일 초연을 개막하고 이후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멈칫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참사로 수많은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고등학생이 나오는 유쾌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끌고가야할 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 때 ‘학생들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골든타임’, ‘에어 포켓’ 등이요. 저희 극 속에 나오는 대사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처럼 엄청난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기를 끈 재연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건 언제나 부담이다. “금메달 딴 직후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잖아요. 어느 유명한 유도 선수가 우승을 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그날 저녁 운동을 시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 안 하면 내일은 정말 힘들다고. 잘 된 작품이지만 불안과 태만을 다 이겨내고 감동을 줄 수 있게 이겨내는 것. 이번 시즌에 중요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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