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마음 속의 화 혹은 타인에게 발산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분노는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내면에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영화 ‘분노’ 언론시사회후 기자들과 만난 이상일(43) 감독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내면에도 분노가 있겠지만 살인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분노를 가지고 그것에 빠져들거나 얽매인다”며 “분노에 빠지지 않기 위해 타인과의 신뢰가 필요하다. 영화는 신뢰와 분노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 진단한 문제는 ‘불신’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만들어내는 무기력, 그리고 그 무기력은 다시 분노로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다는 메시지다.

그는 “마음 속 진심은 세상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그것을 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 마음을 표현한다고 해도 그걸 느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어느 살인 사건의 현장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시작한다. 스릴러처럼 시작한 영화는 금세 이 사건과는 관계 없는 세 부류의 일상을 그려나간다.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던 딸을 찾은 아버지,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동성애자 남성, 이제 막 청춘을 꽃피우는 소년과 소녀가 그들이다. 균열은 새로운 인물들이 이들의 삶에 조금씩 침투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의 외모는 묘하게 살인 용의자와 닮았고 묘한 불신이 이들 관계에 자리하게 된다.

이 감독은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쫓아가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의심과 믿음”이라며 “사람을 의심하면 잃어버리는 게 있다. 반대로 쉽게 믿으면 위태로워진다. 어쨌든 이 두 가지는 행복이나 불행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믿는다는 걸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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