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을 10년 무관에서 구해낸 최태웅 감독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4-26 27-25 25-22 25-20) 역전승을 거뒀다.

1승2패로 맞이한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승리로 기사회생한 현대캐피탈은 5차전마저 잡아내며 드라마를 완성했다.

최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지도자 생활을 할 줄도 몰랐다. 선수들이 나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진짜 울지 않았나. 

▶ “울컥했는데 참았다. 대니의 발목이 돌아간 것을 분명히 봤다. 끝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고 ‘프로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금 울컥했는데 참았다”

- 스피드 배구는 얼마나 완성됐나. 

▶ “스피드 배구는 인터뷰에서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우리가 추구하는 배구는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을 코트에서 보여주기 위해 공을 보고 도망가면 안 되는 시스템이다. 6명의 선수가 공이 갔을 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1, 2차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3차전 이후로는 안정을 찾아서인지 원했던 배구가 나왔다”

- 정상에 오르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다. 올해도 보고를 들었는데 트라이 아웃에 레프트 선수가 없다. 라이트 선수와 실력차가 너무 많이 난다. 포지션 이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오늘 대니가 너무 잘해줘서 좋지만 시즌 중반에는 고민이 많았다”

-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 “여러 번 우승을 해본 감독님들 이야기에 따르면 우승 후 위기라는 말을 하시더라. 철저하게 그걸 믿고 대비를 하겠다. 내년에도 좀 더 발전하겠다. 선수들이 일단 휴식을 필요하니깐 휴식을 주고 성민이가 챔스리그 보자고 했으니 선수들과 갔으면 좋겠다.”

- 생각나는 사람은.

▶ “처음 감독이 되면서 힘을 많이 실어준 정태영 부회장님이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 선수들이 훈련만 집중할 수 있는 복합시설도 지어주셨다. 지원과 아끼는 마음이 올 시즌에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단장님이 내가 어리기에 흥분할 때마다 잘 가라앉혀 주셨다. 뒤에서 내가 뭐든지 할 수 있게끔 해주셔서 감사하다. 사무국 직원들은 내가 많이 괴롭혀서 일이 많다. 고맙다. 올 시즌에는 자율 출퇴근을 해서 선수들은 집에 갔는데 내가 안 가니 스태프들도 못 갔다. 스태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2차전에서 성민이가 공을 떨어뜨리고 바닥을 쳤던 순간이다. 성민이가 이걸 좀 뚫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스스로에게 화를 내서 속상했다. 성민이가 누군가와 대화로 푸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었다. 오늘은 제일 먼저 뛰어와서 안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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