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몸이 바뀌는 이야기냐”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듯이 이미 탄핵정국에서 다시 이슈가 된 ‘시크릿가든’을 비롯해 극장가에 팬덤현상을 가져온 재패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기억이 채 지나가기도 전이다. 영화와 현실도 바뀐 것 같은 이 상황에 다시금 몸이 바뀌었다는 설정은 이제 식상할 만도 하다.
 

영화 ‘아빠는 딸’을 연출한 김형협 감독도 이를 시인했다. 김 감독은 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 뒤 “’보디 체인지’라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되는 소재”라고 털어놨다.
 

몸이 바뀐다는 이제는 뻔한 설정에 그것도 아빠와 딸이 바뀌니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을 공감하게 된다는 결말은 비껴나갈 수가 없다.
 

이 탓에 낯간지러운 상황극이 벌어지고 오글거리는 대사도 수없이 오간다. 고교생 딸이 중년 남성을, 아저씨가 여고생을 ‘과연 어떻게 연기하나 한 번 보자’하는 생각으로 지켜보다 보면 몰입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미 훌쩍 커버려서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나의 딸과, 아직은 어린 딸과 살갑게 교감하는 다른 부녀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세월의 아쉬움과 함께 어느덧 공감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있기보다 나와 내 딸, 나와 내 아버지를 돌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을 바꾼 윤제문, 정소민 두 배우의 연기는 상당히 매끄럽다. 너무 과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상대방의 모습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투영해낸다.
 

특히 정소민은 어린 연기자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상당히 잘 소화해냈다. “아빠가 돼서 한참 찍다가 ‘도연’(극중 딸)이 돼 다시 학교 신을 찍을 때에는 어색할 만큼 아빠 역할이 편해졌다”고 하기도 했다.
 

이들 두 배우는 곤혹스러울 수 있는 상대 나이대의 춤과 노래도 선보인다. 과한 설정에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실제 춤과 노래는 그다지 튀지 않게 곧잘 소화해냈다.
 

윤제문은 “소민양이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다고 한다”며 “부드럽게 막대기 같기도 하면서 잘 추더라”고 칭찬했다. 정소민도 “선배님이 ‘나혼자’를 너무 요염하게 잘 추신 것 같다”며 “저는 절대 저렇게 못 추겠다 싶을 정도”라고 맞받았다.
 

이 작품의 원작은 일본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이다. 김 감독은 이미 진부해진 소재인 만큼 ‘아빠의 마음’, ‘딸의 마음’을 보여주는 데 더욱 중점을 뒀다고 했다. 여고생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여고 앞에서 줄곧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바바리맨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미 익숙한 소재가 지닌 약점은 어쩔 수 없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전개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를 줄곧 욕하면서도 보듯이, 이 영화를 보게 될 수밖에 없는 끌림이 없지 않다. 특히 우리 딸, 우리 아빠와 함께라면.
 

김 감독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운 분들이 오셔서 보시고 용기 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는 12일 개봉.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