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철 기자 /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2일 정기국회 내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여야는 대신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및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 등을 놓고 ‘뼈있는’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주례회동을 가졌지만 산적한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합의된 게 없다”며 “(다만) ‘윤창호법’은 (여야가) 신속하게 처리하기로만 했다”고 전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오늘은 구체적으로 합의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와 관련,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정수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는 했지만 합의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견 확인에 그친 여야 회동은 비공개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도 감지됐다.
문희상 의장은 사자성어 ‘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언급하며, “신뢰가 없으면 국가를 만들 수 없다. 서로 마음이 헷갈려서 믿지 못하면 안보도 경제도 다 엉망이 된다”며 여야 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지난주 월요일에 여야정협의체를 실컷 잘해놨더니 지난 주말에 조명래 장관 임명을 강행해버렸다”고 성토했다. 경제사령탑 교체에 대해서도 “예산심의 해달라고 예산 넘겨놓고 주무부처 장관을 경질하는 경우를 봤느냐”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예산심의는) 차질 없이 할 거다. 김동연 부총리가 (국회에) 다 나와서 예산과 법안을 챙길 것”이라고 답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장에 장수 목을 빼놓고 뭘 들고 싸우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서도 홍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다음 장관 임명되기 전까지는 (전임이) 해왔다”, “야당에서 계속 바꾸라고 해서 그랬다”고 반박했고 김 원내대표는 “그 전에 빨리 장관 임명을 처리하겠다는 말이냐”, “바꾸라고 했지만 장하성 실장부터 하고 그 다음에 부총리를 바꿔야 했다”고 맞받아쳤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최근 민주당이 보여준 여러 행동들은 역지사지와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1년6개월 만에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제대로 채택이 안 되고 임명된 장관과 헌법재판관이 10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4년 반 동안 9명의 임명 강행됐는데 과거 민주당이 ‘일방독주’라고 표현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 9월 원내대표 협상에서 인사청문회를 개선하자고까지 합의했는데 환경부 장관이 임명 강행된 점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야당은 무조건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성과로 생각하는 그런 문화는 저희가 야당일 때 만들었고 저희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청문회 제도를 전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인재라도 장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맹자에 ‘자모인모’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나를 업신여기면 남도 나를 업신여긴다는 뜻”이라며 “여야가 힘을 합쳐야 남에게 업신을 안 받는다. 여야가 힘을 합쳐 제도를 고칠 생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