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제공=뉴시스】

 

한국금융투자협회 권용원회장의 베일에 감춰진 억대 업무추진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증권사·운용사 등 회원사로부터 한 해 4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어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가 회계 처리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협 회장이 금융투자업계의 대표 자격으로 증권·운용 등 업계 간 마찰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추진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 장관들도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와중에 회비로 운영되는 금투협회장의 업무추진비 비공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회비와 사업수입, 사업외수입 등을 통해 1년 예산을 마련, 이를 사업비와 관리비, 용역비, 인건비, 사업외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지난 2015년 회원사들로부터 430억원의 회비를 걷었으며 2016년 450억원, 2017년 450억원, 2018년 465억원의 회비를 각출했다.  
금투협이 작성한 ‘제 9기 사업보고서 및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투자협회는 사업비로 127억1500만원을 사용했으며 사업비에는 업무추진비 3억3500만원이 포함돼 있다.  
금투협은 업무추진비 3억3500만원의 사용처에 대해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임원, 각 부서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도 권 회장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해 임원들에게 책정돼 있는 업무추진비 규모는 금투협 노조도 알지못할 정도로 대외비로 분류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비춰 보면 권 회장의 업무추진비 규모를 유추할 수는 있다. 2대 회장 박종수 회장은 5억3200만원의 연봉과 함께 매달 1200만원씩 연 1억44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따로 받았다.  
권 회장의 연봉이 6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달 업무 추진비가 1200만원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업무추진비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해도 연간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추진비가 1억원 수준이라고 하면 권 회장은 한달에 83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현직 장관들과 비교할 때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 1월 업무추진비로 2762만원, 2월 297만원, 3월 463만원, 4월 417만원, 5월 428만원, 6월 424만원, 7월 550만원, 8월 775만원, 9월 601만원을 사용했다. 행사가 많았던 1월을 제외하고 8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적은 없다. 
금투협 노조를 비롯해 증권업계에서는 금투협이 로비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부분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다수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으면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도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업무추진비는 공익성을 가지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투협이 로비를 하는 기관이라는 이유로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철저히 비밀로 부치는 것은 석연치 않은 조치”이라며 “비싼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 조차 집행 내역을 모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투협 측은 “업무추진비 비공개는 협회가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업추비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이유도 없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추비를 포함한 모든 협회 예산은 회원 예산총회에서 승인 받고, 외부 회계감사를 거쳐 결산총회에서 보고하고 있으며 금감원 검사도 받는 등 회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며 “회계처리가 불투명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또 “권 회장의 업무추진비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역대 회장 중 가장 적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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