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30일 열린다. 
그동안 저금리 장기화로 누적된 금융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수차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시그널을 내비친 한은이 경기 침체 논란 속에서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전격 단행되는 것이다.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이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1.75%로 0.25%p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일형·고승범 위원 등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2명으로 확대된데다 이후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2명의 위원이 추가적으로 매파적인 견해를 밝혀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8일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에 종전보다 역점을 둬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고, 같은달 22일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의 무게추가 사실상 금리인상 쪽에 기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강한 금리인상 명분으로 제시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균형 문제다. 저금리로 가계빚이 급속도로 불어나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로 인해 과열 양상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계신용은 지난 2013년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5년새 500조원 가량 급증해 지난 3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도 한은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금리가 동결되면 역전된 한·미 금리차는 올해 말 1.0%p까지 벌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1.0%p 금리차를 일종의 ‘마지노선’처럼 여기고 있다. 특히 내년 더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되는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한은이 미리 금리를 올려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과의 금리차를 외면하기 어렵고 내년 경기 전망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이 이번에 금리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이 독(毒)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뜩이나 악화된 고용 사정과 부진한 기업 투자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섣부른 금리인상이 경기에 더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은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안기는 요인이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가계빚 ‘시한폭탄’도 금리인상 딜레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리인상 쪽으로 기울어진 듯 하지만 국내 근원 인플레이션이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 위축이 진행되면서 마이너스 GDP갭을 축소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에 나서기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더라도 내년에는 금리가 상당기간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에 휩싸인 내년 경기 전망이 더 어둡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8%, 내년 2.6%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금리인상이 단행되도 경기회복 차원이 아니라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내내 금리동결 기조가 예상된다”며 “이번 금통위에서도 만장일치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동결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한차례 금리인상 이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변경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권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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