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교수


바로 이런 불행한 출발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아온 셈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을 반기는 사람도 없고 연금 삭감을 반기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역대 정부는 이 두 가지롤 모두 실천에 옮겨야 하는 멍에를 지게 됐으니까요.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였지 최근 몇 년간에 새로 발생한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우리 국민연금의 불편한 진실인데 우리 국민 중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보수 언론은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재정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구요.
바로 이 점을 들어 마치 현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공석상태였을) 2017년만 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무려 7.26%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1.16%로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2018년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이 한 해의 수익률 추락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난파 위기에 처해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나 수익률의 하락이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킨 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전문가로서 말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그와 같은 우려를 신이 나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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