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찰에는 황병서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조용원 중앙위원회 부부장, 국무위원회 김창선, 마원춘, 인민무력성 제1부상인 서홍찬 육군대장 등이 동행했다.                                     【사진제공 = 조선중앙TV 캡처】 

 

이종혁 기자 /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고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이 연내가 될 거라고 밝히면서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訪南)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9월 평양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표명하며, 명시한 ‘상응조치’를 놓고 북미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도 점차 낮아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또한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에 평화·번영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를 넘길 경우를 배제하지 않았다. 
‘연내 답방’ 불씨를 되살린 것은 문 대통령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연내 답방이 가능하고”라고 밝힌 데 이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해를 넘기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조금 더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처음 방문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금 확약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북미가 영변 핵 시설 검증 범위와 이에 대한 등가교환 카드, 제재 완화 수위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테일’을 뛰어넘는 프레임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돌파구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추진되던 북미 정상회담이 막바지 조율 과정에서 틀어지자 유례없는 비공개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대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북미가 사찰·검증과 제재완화를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상황에서 남북 서울 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열어 비핵화 대화를 견인하는 구도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선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국 관건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얼마나 진전을 보이느냐다. 지난달 북한은 미국과의 고위급회담 일정을 조율하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자회담 채널 등을 통한 실무회의도 진행되지 못했다. 
북한은 단계적이고 동보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최고위급 채널을 활용한 프레임의 변화를 꾀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행동에 기초해 실무적 협의에 기반한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과 내년 1~2월께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으며, 장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는 있으나 그 동력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관련 시설 폐기를 위한 ‘검증 가능한 계획’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간극을 줄이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 등에 관해 눈에 띌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는 연내 방문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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