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한양대겸임교수 ▲도시공학박사/부동산박사
▲김상진 한양대겸임교수 ▲도시공학박사/부동산박사

 

요즈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화제다. 
영국의 4인조 록 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퀸의 1985년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중 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들려주자”라고 크게 외친다. 그의 외침은 음악과 함께 감동을 불러왔고 사랑, 전율을 안겨주었다. 문득, 영화 속의 음악을 들으며, 1985년도의 시대상이 떠올랐다. 
필자의 고향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이다. 그때의 평촌은 가을철이 되면 황금 들판을 이루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벼 이삭이 드넓게 펼쳐졌던 논들을 지금 기억해도 느낌이 참 좋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족대 들고 물고기를 쫓아다녔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팝 음악에 낭만이 묻어 있었다면 도시에는 자연이 살아있었다. 필자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다. 평촌 뿐만 아니라 분당, 산본, 중동, 일산의 아파트 단지마다 활력이 넘쳤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집에 터를 잡았다. 
쭉쭉 뻗은 도로와 넓은 공원, 신축 아파트, 오피스텔, 백화점과 할인점, 상점이 날마다 새로 생겨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가로 몰려갔다. 지금은 필자의 어릴 적 평촌의 모습은 사라졌다. 가끔 ‘예전의 냇가가 이쯤 있었을 거야’하며, 혼자 더듬어 볼 뿐이다. 
어느덧 필자는 일과 사회생활, 공부와 강의 등을 오가며, 오십 대 중반의 나이에 다다랐다. 거의 30여 년인 한 세대의 시간만큼 1기 신도시 역시 나이를 먹었다. 필자는 지난 12월 초순에 고양시 백석역 인근의 노후 열수 파이프 파열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 사고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감과 동시에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다. 
도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마음이 참 아프다. 창밖을 바라보며, 도시민의 삶의 질이란 어떤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그만 마을을 만들고 촌락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다른 이의 침략을 막기 위해 요새를 세우고 성을 쌓아 도시의 모습을 서서히 갖춘다. 
촌락에서 웬만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무수한 시간을 선대의 시스템을 보수하며, 성장시켜온 것이 도시의 역사다. 하지만 우리의 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시의 모습을 갖췄다. 우리는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도시의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부를 챙기고 가꿔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도시의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사람다움을 키우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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