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열차를 타고 한자리에 모인 남북 참석자들은 철도·도로 연결이 물리적 의미 이상의, 평화 번영의 동력을 마련하는 거라고 입을 모았다. 외빈들도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착공식을 위해 편성된 새마을호 특별열차는 이날 오전 648분께 서울역을 출발했다. 기관차 2, 발전차 1, 열차 6량 등 총 9량으로 편성된 특별열차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산가족, 남북 화물열차 기관사 등 100여명이 탑승했다.

특별열차는 오전 812분께 도라산역 도착해 참석자들의 출경 수속으로 잠시 정차했다가 오전 829분께 다시 출발했다. 5분 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특별열차는 오전 840분께 북측 사천강 교량을 지나 오전 852분께 판문역에 도착했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최병렬 개성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 100여명 열차를 타고 판문역으로 왔다.

오전 930분께 김 장관과 조 장관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이 하차하자 북측 방 위원장이 맞이했다. 판문역 내 마련된 환담장에는 리 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주석단이 기다리고 있다가 남측 내빈을 맞이했다.

리 위원장은 환담장에서 "1년을 돌아보니 참 빨랐다. 고위급회담도 있었고, 평창올림픽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환담에서 리 위원장은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이 함께 가는 의미가 있으며, 오늘 참여한 사람들이 '침목'처럼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김현미(왼쪽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착공식은 예정대로 오전 10시께부터 시작됐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에서 "지금이야말로 통일의 경적소리, 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해 각오를 돋고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이어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북남 철도·도로 건설의 기적을 안아오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달려나가자"고 호소했다.

남측 주빈으로 자리한 김 장관은 기념사에서 "철도와 도로로 더욱 촘촘하고 가까워진 동아시아는 철도 공동체를 통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견인할 것"이라며 "물론 이 희망의 전제는 바로 평화이며, 오늘의 착공식은 평화와 화합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통한 남북 간 교류와 왕래는 한반도 평화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줄 것이며, 적대와 대립에 쓰였던 수많은 비용과 노력은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쓰일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대립은 서로에게 족쇄이지만, 평화는 서로에게 날개가 됩니다"라며 "분단으로 대립하는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의 세부일정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침목서명식을 하고 있다.

침목서명식이 이어졌다. 남측에서는 김 장관이 대형 콘크리트 침목에 매직펜으로 '함께하는 평화번영 함께하는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이라고 적었다. 북측에서는 김 부상이 역시 매직펜으로 '·서해선 북남철도 도로관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기념하며'라고 적었다.

궤도 체결식에는 남측 김정렬 국토부 2차관과 북측 김 부상을 중심으로 남북 인사 총 10명이 참여했다. 2명씩 짝을 지어 철로에 선 남북 인사들이 힘을 합쳐 주황색 봉을 잡아당기자 선로 하단에 걸쳐져 있던 검은색 코일스프링이 "끼익, " 소리와 함께 순차적으로 맞물렸다.

이어 남북 인사 4명이 도로표지판의 막을 걷어내자 왼쪽에는 '서울' 오른쪽에는 '평양'이라고 적힌 도로표지판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착공식에 북측 단장으로 참석한 리 위원장은 공식 행사가 끝나고 남측 취재진과 만남 자리에서 착공식에 대한 소회를 묻자 "감개가 무량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실제 공사가 언제 시작될 수 있을 거로 보느냐는 질문에 "남측과 협의할 겁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는 자리를 이동했다.

남측 참석자들은 북측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오전 1050분께 준비된 버스를 타고 오찬장인 개성 송악프라자로 이동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남북 철도 연결 공사에 사용해달라며 100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 기부한 권송성(77)씨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00년과 2002년에도 각 1000만원을 통일부에 기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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