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 <br>▲‘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br>▲‘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br>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
▲‘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21세기, 인간의 역사는 관절염을 앓는 노인의 무릎 같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비명소리가 들리는군요. 지구의 한 귀퉁이는 쓰나미가 휩쓸고 또 한 모서리에는 한파가 덮칩니다. 
크고 작은 내전과 그에 따른 기아, 폭력 등 우울한 소식이 매일 지구 건너편으로 소식을 전합니다. 
하지만 2019년이 시작되는 오늘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시작합시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인상, 해돋이>입니다. 
모네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서북부 항구 도시인 ‘르 와브르’에서 지냈습니다. 
19세 때 파리로 가 아카데미 쉬스에서 공부하며 평생의 친구인 ‘프레데리크 바지유’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을 만납니다. 이들과의 우정은 기존의 주류 미술계에서 요구하는 고전적 어법을 무시하고 열정적이고 새로운 미술운동을 탄생 시킵니다. 있는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었지요. 
그가 르 와브르의 새벽 풍경을 묘사한 이 작품을 1874년, 첫 그룹 전에 출품하였을 때, 전시를 관람한 비평가 루 르로이(Louis Leroy)가 “풍경은 없고 인상만 있구먼.”이라는 말로 조롱한데서 <인상, 해돋이>는 ‘impressionism art 인상주의‘라는 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 막 떠 오르기 시작한 여린 해가 있습니다. 선홍빛으로 흔들거리는 해는 너울대는 바다의 물결 위에 빛의 그림자를 뿌려 놓습니다. 
화면의 짧고 거칠고 굵은 터치는 야생적인 미소가 퍼져 나가는 바다의 얼굴을 잘 표현해 줍니다. 하늘과 바다는 푸른 색으로 맞닿아 있지만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다 한복판엔 노를 저으며 항해하는 작은 배 두 척이 보이고 정박해 있는 배의 윤곽선이 흐릿합니다. 빛의 조련사인 인상주의자들은 완전한 검은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밤을 그릴 때도 검은 색은 쓰지 않았죠. 그래서 배 두 척엔 짙은 남색이 사용 되었습니다. 푸른 안개가 화면을 전체적으로 감싸며 해가 뜨는 아침을 싱싱하고 펄떡거리게 보여 줍니다. 
모네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찰나에 스러지는 현재의 순간을 포착했지요.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는 세잔의 감탄대로 빛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내고 반응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림은 이래야 한다.’는 나름의 규칙과 정형화된 모범답안이 있는 미술의 시장에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의 원칙을 내세우고 또 끝까지 고수하며 새로운 세기인 20세기를 열었습니다.
당시의 가치관이나 문화체계, 사회망으로 당대의 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현상들을 포용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양식이 출현한다고 합니다. 현대의 추상주의는 형식을 파괴하고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가운데 있습니다. ‘어제를 재현하는 오늘’, ‘사회가 요구하는 나’를 내려놓고 ‘순간을 표현하는 오늘’, ‘나다움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2019년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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