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해년(己亥年) 첫 날을 맞아 희망찬 바람을 마음 속에 담은 대다수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생존을 보장해달라고 울부짖는 약자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고 또 다른 이들은 오직 평범한 시민으로 살기를 바랐다.
야간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故)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자리가 12월31일에도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 마련됐다.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의 바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 한 가지였다. 지난 11일 세상을 떠난 김씨가 바로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노동자 이용덕씨는 “새해에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씨는 “정부가 바뀌었어도 노동자들의 삶은 인간다운 것과 거리가 멀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됐다고 하지만 발전소 업무는 정작 도급금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한탄했다.
최준식 전국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다치고 죽는 공장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하며, 김용균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새해를 앞둔 같은 날 오후 11시30분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 앞에 장애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 모두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고 외치며 새해를 맞았다. 이날 자리를 주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하는 건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다.
올해 7월부터 기존 1~6등급으로 매겨지던 장애등급은 폐지되고 장애 정도가 중증이거나(기존 1~3등급), 경증이거나(4~6등급) 두 가지로만 분류된다. 장애를 등급으로 나누는 게 인권 침해라는 의미에서 이같은 조치가 이뤄졌지만, 막상 등급제 폐지 이후 장애 정도와 무관하게 활동지원서비스 등 각종 지원이 모두 별도 심사를 거치게 돼 오히려 장애인 복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와 마이크를 잡은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도 전혀 변한게 없다”며 “우리가 별다른 걸 원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게 진정한 (장애등급제) 폐지인데 이낙연 총리나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장애인에게 예산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며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올해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투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화로 메시지를 전한 청각장애인 이종운씨는 “우리는 어떤 숫자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등급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 아닌 행정 편의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로만 하는 등급제 폐지가 아니라 우리 권리가 완전히 인정되는 진짜 등급제 폐지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우리는 파이를 서로 나눠먹는 그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우리의 예산을 위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식 전장연 대표는 “여러가지 유형의 장애인이 있는데, 개인별 유형별 서비스는 없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건 사기”라며 “결국 모든 게 예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정부의 사기 행각에 놀아나지 않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추진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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