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열두 달을 보내고 이제 새로 열두 달을 맞는 첫 달이다. 이른바 새해이다. 
우리는 양력과 음력의 두 가지 역일(曆日)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음력 위주로 
사용하다가 한동안은 음력과 양력을 같이 썼다. 그러다가 20세기 중·후반이 되면서는 양력이 일상화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극히 제한적인 지역과 특별한 분야에서는 음력이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바다를 상대하는 해안가 주민들이나 섬에 사는 사람들은 음력을 중히 여겨 소중하게 쓰고 있다. 그들의 중심 생활은 바다이고 바닷물의 썰물과 밀물의 시간은 음력 날짜가 정확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 사흘은 ‘조금’이라 해 조수(潮水)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낮은 날이다. ‘조금’에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 많다. 이를 ‘조금치’라고 한다.
‘조금’과는 반대 개념인 ‘사리’가 있다. 이때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이다. ‘사리’때는 밀물이 가장 높은 때로써 ‘한사리, 대사리, 큰사리, 삭망조’라고도 한다.
음력은 이렇게 바다의 조수(潮水)와 직접 관계되는 날짜이기에 지금도 여전히 음력 날짜는 양력과 함께 쓰이고 있다.
또한 음력은 양력과는 달리 별칭이 있는 달이 있다. 음력 달의 별칭은 아래와 같다.
1월은 ‘정월(正月)’이라 했다. 이는 한 해의 첫째 달이기 때문에 바르게 살고자 하는 뜻으로 바를 정(正)자를 썼을 것이다. 10월은 ‘시월상달’ 또는 ‘상달’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때는 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뜻으로 ‘상달’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이다. 11월은 ‘동짓달’이라는 별칭이 있고 12월은 ‘섣달’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렇게 4개의 음력 달에게 붙여진 별칭은 양력 달에는 써서는 안 된다. 음력의 각기 해당되는 달에만 국한시켜서 만들어진 별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양력 1월도 ‘정월’이라 하고 양력 11월과 12월도 각각 ‘동짓달’ 과 ‘섣달’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잘못 이해한 오류이다.
전통 사회인 농경사회에서는 매월 크고 작은 명절이 있었다. 명절엔 힘겨운 농사일을 잠시 쉬고 좋은 옷을 입고 정성껏 장만한 음식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또한 친척이나 이웃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어 먹고 명절놀이로 즐거운 명절을 보내며, 힘겨운 농사일로 지친 몸을 추슬렀던 것이다. 이런 명절은 모두 음력 날짜이다. 명절 중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이 두 명절엔 고향을 찾느라고 민족의 대이동이 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고 설날이 오면 친척들이 한 곳에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친척끼리 덕담을 나눈다. 또 어른들은 손아랫사람들에게 덕담을 한다. 이때 덕담을 하는 측과 덕담을 받는 측의 입장이 달라 덕담이 악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과년한 아가씨나 혼기를 넘나드는 총각에게“올해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으면 좋겠다”라는 덕담은 듣는 쪽에서는 덕담보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악담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내용으로 “올해는 좋은 곳에 취직하길 바란다”라는 진심어린 덕담도 듣는 쪽에서는 부담이 되는 덕담이 아닌 악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덕담을 하되 듣는 쪽의 입장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이다.
새해 명절을 맞아 덕담을 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에게 좋은 덕담이 오고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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