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첫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심 결심 공판 출석 이후 118일 만에 다시 법정에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첫 공판에 검은 정장을 입고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7분께 입정했고,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법정에 들어선 이 전 대통령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6일 1심 결심 공판엔 출석했으나 10월5일 1심 선고, 12월12일과 26일 두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는 불출석 했다.
이날 법정 안은 이 전 대통령의 2심 첫 출석을 지켜보기 위한 방청객으로 가득찼다.이 전 대통령은 본격 재판에 앞서 인적사항과 항소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했다.
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1심 판결 이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2심 종결 시점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성우(다스 전 대표)씨의 진술은 그 자체로 모순되고 여러 차례 번복돼 믿기 어렵다", "김씨 진술 변경만으로 다스가 대통령 소유로 밝혀졌다고 본 검찰 주장과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다스 소유'에 대한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이어 "다스 소유 여부에 따라 범죄가 달라진다는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일 뿐"이라며 "현대건설의 사장을 지낸 사람이 회사와 무관한 부품회사를 은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겠나.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 사실을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처남 김재정(사망)씨 차명재산 관련성을 부정했으며, 다스 소송과 관련해 삼성 측으로 소송비 대납 방식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납 과정에서 중요인사 접촉이나 법률지원 활동은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실제 지원이 있었다더라도 뇌물에 해당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공소 부분은 자금 사용처가 모두 공적 영역이어서 애당초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혐의 사실 전반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