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경기매일
  • 승인 2019.01.0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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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6_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린다

 

안노라 <br>▲‘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br>▲‘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br>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
▲‘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시선은 권력이다”는 말로 권력의 속성보다 권력이 생기는 방식에 주목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미셀 푸코’지요. 그는 시선의 비대칭성에 주목합니다. 힘이 다른 두 주체는 시선에 있어 평등한 대칭성을 갖지 못합니다. 사장님 앞에 선 사원이 시선을 떨구는 것은 간편한 사례일 것입니다. 절대왕정 시기, 왕이나 제후들이 내려 보는 듯한 얼짱 각도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회화에서 시선과 각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고집스럽고 독단적인 성격에 사교성이 없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시력도 나빴지요. 그는 인상주의의 문을 열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걷습니다. 모두들 야외로 나가 자연의 빛을 찬양할 때, 그늘진 무대 뒤편이나 발레 연습실을 찾아가 어린 소녀들의 가는 팔과 다리가 구현하는 아름다운 선(線)을 화폭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미술이란 범죄만큼이나 세심한 계획을 요구한다” 
오늘 소개할 그림은 에드가르 드가(Edgar De Gas 1834~1917)의 ‘The star’입니다. 
무대 위에서 내려다 본 구도지요? 당시 유명했던 프리마 발레리나는 양 팔을 뻗고 고개를 한껏 젖히고 있습니다.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한 아슬한 동선이네요. 발레리나의 얼굴은 아무런 특징이나 개성을 느낄 수 없으나 한 쪽 다리를 내밀어 평행을 유지하는 우아한 선과 화면 앞 중앙을 비워버린 놀라운 구도는 파격적입니다. 드가를 미술사에서 특별하게 만든 것은 개개인의 인물적 특징보다 구도가 갖는 프레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전위적인 발상’입니다. 그리고 그의 독특한 구도는 붓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절절하게 웅변해 줍니다. 한 쪽으로 치우친 발레리나가 갖는 무대 위에서의 아름다움은 화면의 구도만큼이나 소외적입니다. 화면 왼쪽에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발레리나의 치마와 함께 잘 차려입은 신사가 보이지요? 가려져 있지만 신사의 시선이 프리마 발레리나에 꽂혀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당시 1870년 대, 파리의 발레리나는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의 딸들이었습니다. 가난을 벗어나려는 부모는 미모가 고운 자녀를 무용수로 키웁니다. 오페라 발레학교에서 하루에 12시간~15시간 연습을 했다고 해요. 고되고 야만적인 훈련을 마치고 직업 무용수가 되면 그들은 가족과 자신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The star에서 보이는 신사 같은 부유한 자본가의 애인이 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지금처럼 예술가로서 대접 받지 못하고 쇼걸과 같은 처지였지요. 마네가 ‘올랭피아’를 낙선 전에 올렸을 때, 파리시민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모욕감을 덮기 위해 야유와 경멸을 던졌습니다. 아마도 드가가 묘사한 무희의 현실적인 모습에서 누군가는 부끄러움을 느꼈나봅니다. 드가의 작품에 분노하고 형편없는 예술이라고 매도했으니까요. 
드가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나는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리겠다” 그의 시선은 깊고 날카로웠고 통상적인 아름다움은 베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드가의 그림에서 ‘천박한 시대’를 보기도 하고 ‘예술의 몰락’을 만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발레리나의 발 끝으로부터 시작된 텅 빈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세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드가는 말년에 거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남은 시력을 모아 작업한 ‘14세의 어린 무용수’라는 조각은 “예술이 이보다 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라는 혹심한 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외롭게 죽었습니다. 150년이 지난 지금, 약시(弱視)의 시선으로 사회 부조리를 그린 드가의 구도는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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