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왼쪽)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노사협상 합의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왼쪽)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노사협상 합의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파인텍 노사가 20여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 끝에 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11일 '스타플렉스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6차 교섭을 진행한 노사는 밤샘 합의를 거쳐 이날 오전 8시 협상을 마무리했다. 약 21시간에 걸친 교섭이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지 426일 만이다.

두 조합원은 지난 2017년 11월12일 굴뚝에 올랐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409일째를 맞으며 2015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이 세운 408일 굴뚝농성 최장기 기록을 뛰어 넘었다. 

이들은 이전 5차례에 걸친 협상 결렬에 지난 6일부터는 단식에도 돌입한 상황이었다.

차 지회장은 협상 타결 후 기자회견에서 "참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합의안은 부족하지만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굴뚝 위에 있는 동지, 밑에서 굶는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합의가 향후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며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서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노사 합의서에 따르면 앞서 노조가 요구했던 대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게 됐다.  

차 지회장은 "김 대표가 책임지는 부분을 가장 신경썼다"며 "다만 (합의서에)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아닌 김세권 개인으로 들어간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합의서에는 '회사의 정상적 운영 및 책임 경영을 위해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이 맡는다'고 적혔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박준호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유리창에 굴뚝이 비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박준호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유리창에 굴뚝이 비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

다소 결연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김 대표는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짧은 소감을 말했다.

앞서 파인텍 노조와 사측은 지난해 12월26일, 29일, 31일, 지난 3일, 9일 등 5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는 이번 6차 교섭을 사실상 마지막으로 보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교섭부터 노사협상을 중재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협상 시작에 앞서 "오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당분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심과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고 양측도 그런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굴뚝 위의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이르면 오늘 오전 426일 만에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행동 측은 "농성자들이 스스로 걸어 나올 수는 없는 (건강) 상황"이라며 "오전 10시30분에 내려오면 좋겠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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