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 <br>▲‘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br>▲‘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br>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
▲‘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에오스는 티탄족 하페리온과 테이아 사이에 태어난 새벽의 여신입니다. 태양신인 헬리오스와 달의 신인 셀레네의 동생이지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에오스가 장밋빛 손가락으로 하늘 문을 열면 오빠 헬리오스가 태양의 전차를 몰고 나온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부챗살처럼 퍼지는 빛의 무늬를 보고 에오스의 장밋빛 손가락을 연상한 것이겠지요? 그녀는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미의 신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인간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티토노스를 사랑하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모습을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william Adolphe Bpuguereau 1825~1902)가 그렸습니다.
그녀를 감싼 매미 날개같이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천으로 어둡고 무거운 밤의 장막을 거두었을까요? 한 발을 내어 딛는 에오스의 모습은 그림이 아니라 대리석 조각처럼 보입니다. 탄력 있는 가슴과 부드럽게 휘어진 허리선, 천으로 감싼 허벅지는 고결하고 순수한 여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부그로는 여인들의 누드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재현했습니다. <비너스의 탄생>, <첫키스>, <소녀목동> 등, 정교하고 흠잡을 데 없는 사실적 표현과 따스한 감성이 담긴 그림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지요. 사실적이나 현재적이지 않은 모순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인물이나 풍경은 치밀한 구성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는 프랑스 아카데미즘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예술가였고 꾸준히 살롱 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위대한 장인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화가였지요. 
그렇지만 그는 오랫동안 잊혀진 화가였습니다. 전통적 가치관과 안정적인 구도, 낡은 책 더미 속의 신화를 살아 숨 쉬는 싱싱한 예술적 소재로 삼았던 그의 작품들은 19세기, 질주하는 사회의 격량을 헤쳐 나오지 못했습니다. 19세기는 인상주의라는 작은 파도가 예술사 전체를 삼키는 쓰나미가 됐던 시대입니다. 현대의 문고리를 잡은 19세기의 심미안들은 새로운 화풍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그의 사후, 고전주의적 화풍은 창조성이 부족하고 고리타분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과거의 품위와 고귀함마저 낡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합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씩 벽에서 내려져 컴컴한 수장고나 지하실로 옮겨졌고 그의 업적은 사전이나 교과서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는 철저히 묻혀버렸습니다. 그런 그를 렘브란트와 함께 재평가 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림 경매 시장이었습니다. 이제 그의 작품은 잊혀진 이름이 복원돼 미술사를 장식할 만큼 비싸졌습니다. 
우리의 사회는 연일 시끄럽습니다.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존과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정의로운 분배를 외칩니다. 한편에선 생존과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귀에 입을 바짝 들이대고 고함 치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인상주의와 고전주의는 다가오는 시대의 길을 예비하며 각자 예술사의 한 부분을 감당했고 후대의 평가는 두 영역 모두 의미와 가치가 충분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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