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말은 사회생활에서 소통의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다. 말은 소통의 수단으로 쓰이지만 소통의 수단이 되기 위해선 사회적인 약속이 먼저이다. 
언중(言衆)에서 약속돼 있지 않은 말을 화자(話者)의 엉뚱한 발상으로 말을 임의로 만들어 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될 수가 없다. 
  말이 없다고 생각해 보면 어떤가? 말이 없다면 집단생활을 할 수가 없다. 집단생활을 하기 위해선 의사소통이 돼야 하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말이 필수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과 만났을 때 소통을 하기 위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쓰는 언어 보조적 역할을 하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의사소통(意思疏通)을 해 보려 해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세세한 내용은 몸짓이나 얼굴 표정만으로는 소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말에는 말하는 어법(語法)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가 있는 문화민족에게는 매우 발달된 논리적인 어법이 있다. 우리의 어법에는 예사로이 쓸 수 있는 긍정문 이외에 특별하게 부정문에만 써야 하는 어휘가 있다.
  이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그 예를 일일이 다 들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를 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 
1. 「어미」‘~지’ 다음에 오는 말은 부정어인 ‘못하다, 않다’ 등이 이어져 부정문을 만든다.
  ①걷지 못하다(걷지 하다가 아님) //그는 무릎 부상으로 며칠째 걷지 못하고 있다,
  ②대수롭지 않게 :(부정문이나 수사 의문문에 쓰인다.) 
    //그는 벌써 안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③칠칠맞지 못하다. //칠칠맞지 못하게 일을 그렇게 했어?
2, 이와는 달리 아래의 낱말은 여러 개의 음절이 모여 1개의 낱말이 된 부정어이다.
  ④안절부절못하다 「동사」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다.
    (1개의 낱말이기 때문에 7음절을 모두 붙여 써야 함) ‘안절부절 하다’가 아님 
 ⑤어처구니없다「형용사」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 ≒어이없다.
   (1개의 낱말이기 때문에 6음절을 모두 붙여 써야 함) ‘어처구니 있다’가 아님
 ⑥터무니없다 「형용사」 허황해 전혀 근거가 없다.
   (1개의 낱말이기 때문에 5음절을 모두 붙여 써야 함) ‘터무니 있다’로 쓰면 틀림
 ⑦경황없다「형용사」
몹시 괴롭거나 바쁘거나 해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나 흥미가 전혀 없다.
(1개의 낱말이기 때문에 4음절을 모두 붙여 써야하는 부정어) ‘경황 있다’로 쓰면 틀림
 ⑧얼토당토않다「1」‘얼토당토아니하다「1」’의 준말「형용사」
「1」전혀 합당하지 아니하다.「2」【…과】전혀 관계가 없다. ‘얼토당토하다’는 틀림
 이상과 같이 부정어가 들어가 부정문을 만드는 예를 들었는데 이런 유의 말들을 긍정으로 만들거나 부정어를 빼고 말하면 어법에 어긋난다. 
  그럼에도 유독 많이 틀리고 있는 게 ‘안절부절못하다’이다. ‘안절부절~’다음에는 반듯이 ‘못하다’라는 부정어가 이어져 한 개의 낱말로 써야 바른 어법이 된다. 
그런데 언중에서는 물론 지상에 발표된 신문이나 문학작품까지도 ‘안절부절하다가~’라는 표현을 가끔씩 보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어법을 알고 바른 어법으로 우리말과 글을 잘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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