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통행과 통관이 엄격하게 통제(하드보더·Hard border)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북아일랜드 런던데리 시에서 19일 밤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런던데리는 벨파스트에 이어 북아일랜드의 제2의 도시로, 1970년대 극심한 신구교도 충돌 및 반영국 테러가 일어났던 곳이다.특히 1972년 1월 30일 런던데이에서 영국군이 비무장 가톨릭 시위대에 발포해 14명이 사망한 사건은 일명 '피의 일요일(블러디 선데이)'로 유명하다. 이 사건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재무장화를 촉발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테러 용의자 4명을 체포한 북아일랜드 경찰 당국은 아일랜드 통일을 요구하는 급진 민족주의 단체가 브렉시트를 앞두고 벌인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1998년 북아일랜드 귀속 문제를 북아일랜드 당국의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내용의 벨파스트 합의(성금요일협정)가 체결된 후 분쟁이 종식됐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최초의 테러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청의 마크 해밀턴 부청장은 용의자들이 급진 아일랜드 민족주의 무장조직인 '신(新) IRA'의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 IRA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요구하는 무장조직으로 2012년 다수의 반체제 공화주의 인사들이 단결을 외친 이후 공식적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벨파스트 협정에 반대해 북아일랜드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아일랜드와의 통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계는 일제히 이번 테러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캐런 브래들리 북아일랜드 장관은 "북아일랜드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이번 시도는 모든 부분에서 비난에 부딪힐 것"이라며 "사건의 배후인 소수세력은 북아일랜드의 미래를 제안할 자격이 없으며, 승리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 전반에 걸쳐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로 뭉쳤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고, 우리는 북아일랜드의 모든 사람을 위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북아일랜드를 폭력과 분쟁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 역시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들이 저지른 무의미한 테러"라고 꼬집었다.
 

아일랜드의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소속의 엘리사 매캘리언 의원은 "런던데리는 진보하는 도시다. 아무도 이런 종류의 사건을 원치 않는다. 이 사건이 데리를 대표할 수 없다"며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있는 사람은 경찰에 신고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1919년부터 2년 반 동안 지속된 독립 전쟁을 통해 수백 년 동안 지배를 받던 영국 정부에서 독립했다. 그러나 북부의 몇몇 주는 독립 대신 영국에 남을 것을 택했는데 이곳이 현재 영국에 소속된 북아일랜드다.  

1960년대부터 북아일랜드의 주도(主都)인 벨파스트 등지에서는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원하는 아일랜드 민족주의파와 계속 영국 정부에 소속되길 원하는 연합주의 사이에 유혈 투쟁이 펼쳐졌다. 

1998년 북아일랜드가 영국 내에서 자치 정부로 권력을 이양받는 일명 '벨파스트 평화협정'이 이뤄지며 투쟁은 사그라들었으나 신 IRA 등 무장조직 요원들이 폭발과 총격 등을 감행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21일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 일명 '플랜 B'를 내놔야 하는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이번 사건은 악재다.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국경강화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백스톱(안전장치)'안을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명시했으나 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지난 15일 해당 합의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플랜B에서 백스톱을 포기할 것이란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앤드루 아도니스 노동당 의원은 "메이 총리는 오늘 사건이 발생한 런던데리의 안보를 논의하고, 벨파스트에 가서 모든 정당과 만나 북아일랜드 의회와 정부의 향후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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