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혼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 저 말을 하다 보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다 보면 쓸 말은 적다고 한다. 
일상 대화에서 말을 하다 보면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할 때가 있다. 한 번 한 말은 듣는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극을 주기 때문에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한 말은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래서 ‘말’을 ‘칼’에 비유하기도 한다. 
옛날에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적 전보(電報) 얘길 해보려 한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급히 소식을 전하려면 ‘전보’라는 통신 시설을 이용했다. 전보는 글자마다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글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여서 짧게 쓰는 것이 전보 치는 상식이고 통례(通例)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전보 받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약간 긴 전보문을 만들어 보다가 차츰 글자 수를 줄여 끝판에 가서는 몇 자 안 되는 매우 간결한 전보문電報文)을 만들어 전보를 치게 된다. 
말을 하는 데도 줄이고 또 줄여서 전보 치 듯 꼭 필요한 말만 짧게 한다면 말로서 상처주거나 상처 받을 일은 많이 줄어 들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불이 나면 먼저 보는 사람이 “불이야, 불이야 …….”하고 외치게 된다. 
불이 나면 여럿이 빨리 불을 꺼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불’에 연유한 말에 ‘부랴부랴’가 있고 ‘부리나케’가 있다. 
‘부랴부랴’는 원래 ‘불이야, 불이야’에서 나온 말로서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또 ‘부리나케’도 ‘불이 나게’에서 연유된 말로 ‘서둘러서 아주 급하게’라는 「부사」이다. 
위의 두 말 모두 ‘불’의 속성 중 ‘급하다’라는 뜻을 전하겠다는 소통의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은 말 뿌리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말이 있다. 
전보 치는 일이나, ‘불이야’라고 외치는 일 모두 극히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소통의 문제이다. 그러나 말은 꼭 소통을 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심심해 가까운 사람끼리 만나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친교(親交)를 위해 말할 때도 있다. 
이런 때는 대체로 같이 있지 않은 사람의 흉이나 허물을 화제로 삼을 때가 있는데 말할 때는 재미 삼아 했을 지라도 결과는 남의 흉을 본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흉보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이렇게 중요한 말을 어법에 맞지 않게 말할 수가 있다. 
언중(言衆)에서 잘못 쓰고 있는 말 중에, ‘헤매이다, 되뇌이다, 설레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상당히 많음을 본다. 이 세 낱말 모두 피동형 접사 ‘이’를 허용하지 않는 「동사」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이’를 빼고 써야 어법에 맞다. 
‘헤매다, 되뇌다, 설레다’ 
이 세 어휘 중 문학작품에서 많이 쓰고 있는 말이 ‘설레다’이다. 
「동사」인 ‘설레다’의 활용은 ‘설레이는’이 아니고 ‘설레는’이다. 또 이의 「명사형」 은 ‘설레임’이 아니고 ‘설렘’이다. 
그런데 ‘설레이는’ ‘설레임’ 등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작품집을 펴낼 때는 철저한 교정을 본 후 어법이나 맞춤법에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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