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박항서가 잘 닦은 길, 지도자들이 도전할 '시장'이 커졌다
[아시안컵] 박항서가 잘 닦은 길, 지도자들이 도전할 '시장'이 커졌다
  • 유광식 기자
  • 승인 2019.01.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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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바라보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02 월드컵 멤버이자 현재 축구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최태욱 코치는 "박항서 감독님이 정말 자랑스럽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승승장구하던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2월 잠시 귀국, 홍명보 자선경기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최 코치는 "사실 해외에서 성공한 축구 지도자가 많지 않은데, 박 감독님이 대단한 일을 해내셨다"면서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길을 닦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감독의 성공을 자기의 일처럼 기뻐했다. 당시 참석한 이들 대부분의 반응이 그러했다.

물론 2002 월드컵 때 맺은 사제의 연(당시 박항서 감독은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던 코치였다)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인간적인 박 감독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마냥 '정' 때문만은 아니다. 최태욱 코치를 비롯해 후배 그리고 제자 지도자들이 나아갈 새로운 루트를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성공가도는 의미가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에 참가했던 박항서 감독의 도전기가 8강에서 마무리됐다. 베트남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칼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8강전에서 0-1로 졌다. 페널티킥으로 내준 실점으로 희비가 엇갈린 아쉬운 내용이다.

진격은 멈췄으나 베트남 선수들은 이미 금의환향이 예고되는 성공적 발자취를 남겼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시안컵은 강호들이 많이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베트남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다.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우리에게는 크나큰 성공"이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목표 초과 달성이다.

쉽진 않았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이라크와 이란에 각각 2-3, 0-2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최종 3차전에서 예멘을 2-0으로 꺾으며 희망을 살렸고 이후 '페어플레이' 비교에서 우위를 점해 16강에 턱걸이하는 행운이 따르면서 토너먼트에 올랐다.

하늘이 준 행운을 베트남은 땀과 노력으로 이어 나갔다. 베트남은 요르단과의 16강에서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도 1-1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값진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올랐다. 8강도 선전이었다. 대회 최다 우승국가(4회)인 일본을 맞아 비록 0-1로 패하기는 했으나 90분 내내 대등하게 싸웠다. 적장 모리야스 일본 감독도 "베트남은 좋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아래서 급성장했다"고 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올해 아시안컵 8강이라는 기염을 토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박항서 감독 덕분에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내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는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했으나 일단 '축구 전도사'로서의 공이 크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돌입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9.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모리야스 감독의 말처럼 베트남 축구는 크게 성장했다. 관련해 한 축구 관계자는 "축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던 베트남 축구가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이영진 코치와 한국 지도자들의 손을 타면서 달라졌다. 무언가 어수선한 팀이, 아직은 기초가 잘 닦여있지 않은 선수들이 박 감독의 조련 속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워낙 인상을 남겼기에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쪽에서 한국 지도자를 향한 러브콜이 나올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앞서 최태욱 코치가 말한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길을 닦아 주신 것 같다"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다. 단순한 이미지에 끝나는 게 아니라 '먹고 살아가는 일'에도 디딤돌이 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수들이 활동할 무대가 좁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도자들의 무대는 더더욱 좁다. 지도자는 많으나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한 뒤 "안에서의 일자리는 한계가 있는데 밖으로 나가는 것은 두려워한다. 물론 기회도 적었다. 지금껏 해외에서 성공한 국내 축구지도자가 있을까? 중국과 일본에 극소수가 있었을 뿐"이라며 답답한 현실을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이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일종의 개척자인 셈이다. 동남아시아 나아가 중앙아시아의 대표팀은 물론 각국 프로리그의 클럽들까지 생각한다면 한국 지도자들이 활약할 곳은 상당히 많다. 여의치 않은 일본이나 중국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이 잘 닦은 길 뒤로 지도자들이 도전할 '시장'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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