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를 8강으로 이끈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이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박 감독은 29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을 8강에 올려놓으며 '박항서 매직'을 재현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간신히 16강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승부차기 끝에 요르단을 꺾으면서 8강에 올랐다. 

박 감독은 "작년에 스즈키컵을 우승으로 잘 마쳤다. 새해 들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까지 가 베트남 내에서 반응이 좋았다. 일단 2019년도 시작은 좋다"며 웃었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것은 동남아 4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이 공동 개최했던 2007년 대회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당시에는 토너먼트가 8강부터 시작했기에 토너먼트 승리를 맛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전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부터 16강 토너먼트 시스템이다.

비록 일본과의 8강전에서 0-1로 석패했지만 지난해 12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상승세를 이어간 셈이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이 끝나자마자 아시안컵에 갔다. 사실 준비 기간이 짧았고, 처음에는 베트남에서조차 기대를 안 하는 눈치였다. 막상 시작하고 2패를 당하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가 이기자 조용해졌다. 언론이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아시안컵은 운이 많이 따랐다. 감독 입장에서 볼 때, 준비 기간이 부족했고,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부족한 시점이었다. 목표를 달성해 다행이다"고 보탰다.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이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국가 최초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여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했다. 승승장구 중이다.

베트남에서 영웅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우리가 스즈키컵에서 우승하고 아시안컵에서 8강에 갔다고 톱 레벨이라고 보진 않는다. 계속 고위 관계자나 언론을 통해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지금 10~15세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서서히 저변이 깔리는 게 사실이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에 돌아온 소감은.

출고일자 2019. 01. 29

베트남을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작년 홍명보 자선경기 때, 왔다가 1박만 하고 갔다. 스즈키컵에 아시안컵까지 3개월 넘게 선수들과 같이 있으면서 정말 힘들었다. 지쳤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가족들과 좀 편히 쉬었다고 갈 생각이다."

-아시안컵 8강으로 2019년을 시작했는데.

"작년에 스즈키컵을 잘 마치고, 새해 들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까지 가서 베트남 내에서 반응이 좋았다. 일단 2019년도 시작은 좋다."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작년 23세 이하 챔피언십부터 4개 대회 연속으로 성적이 좋다.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

"우승은 스즈키컵밖에 하지 못했다. 작년 첫 대회는 얼떨결에 시작했다. 베트남에서는 스즈키컵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아서 신경을 썼다. 다행히 우승했다. 끝나자마자 아시안컵을 갔는데 아시안컵은 사실 준비 기간이 짧았다. 처음에는 베트남에서 썩 기대를 안 하는 눈치였다. 막상 시작하고 2패를 당하니까 비판 여론도 나오고, 이기니까 조용해졌다. 언론은 다 그런 것 같다."

-대회마다 성적이 좋은데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나.

"U-23 팀과 성인대표팀을 같이 맡으니까 너무 일이 과중된다. 끝나고 나면 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에서도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대표와 베트남축구협회 부회장이 논의 중이다."

-3월에 한국과 평가전을 하는데.

"U-23 아시아 챔피언십 예선이랑 겹친다. (성인대표팀에 U-23 선수들이) 7~8명 있다. 일단 나는 시합 전에는 곤란하다고 몇 번 요청했다. 그런데 경기를 하긴 해야 한다. 내가 요구하는 것과 베트남축구협회가 잡은 일정이 조금 다르다. 그것도 조율 중이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까지 간 소회는.

"행운이 많이 따랐다. 선수들이 스즈키컵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고, 올인했다. 그러다보니 아시안컵에서는 동기부여나 목표 의식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져도 반응이 느렸다. 이라크에 역전패 당하고, 이란에 지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예멘을 이겼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다가 극적으로 올라갔다. 그 때 분위기가 약간 살아났다. 아시안컵은 사실 운이 많이 따랐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부족할 때였다. 목표를 달성해서 다행이다."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을 봤을텐데.
 

 

베트남을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영진 코치와 함께 봤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 했는데 상대의 중거리 슈팅 한 번에 그렇게 됐다. 축구라는 게 그래서 참 어려운 것이다. 주도권을 잡았는데 쉽게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하는 것을 위에서 보고 있으니 안타까웠다. 벤치에 있던 감독과 사람들은 얼마나 안타까웠겠나."

-베트남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 같은데.

"베트남 언론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한다. '언제 월드컵에 갈 수 있냐'고. 그럼 내가 기자들한테 '너는 준비돼 있냐'고 반문한다.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 스즈키컵에서 우승하고,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올랐다고 톱 레벨이라고 보진 않는다. 고위 관계자나 언론을 통해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10~15세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서히 저변이 깔리는 게 사실이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황이 좋고, 내가 정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그 때마다 베트남 축구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부족한 부분과 장기적인 계획을 말하는 편이다."

-일본과 이란의 준결승전은 봤나.

"일본이 2-0으로 앞서는 것까지 봤다. 상대성이다. 일본이 못하는 것 같더니 이란이랑 하는 것을 보니 잘 하더라. 우리는 망신당하지 않고, 0-1로 진 게 다행이다. 일본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고, 개인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경기를 할수록 조직룍과 능력치가 나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3월 한국과 평가전에 대한 기대는.

"손흥민이 3월에 오겠나. 해외파는 안 올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 일본, 이란같은 팀이랑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아시아 강호들과 경기하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경험이 된다. 이긴다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기회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휴가는 어떻게 보낼 것이다.

"구정이니까 쉴 거다. 시골에 나이 드신 어머니 계시니까 가족과 함께 쉴 생각이다. 가족들 못 본지 오래 됐다. 베트남은 구정 연휴가 9일이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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