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플랜 B 수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한 반면 브렉시트 연기안은 부결시켰다.

A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관한 여야당 의원의 수정안들을 표결에 부쳤다.

이날 하원에 상정된 7개의 수정안 가운데 5건은 부결되고 2건은 가결됐다.

하원은 투표에서 보수당 의원이 제출한 '안전장치(백스톱)'를 다른 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안을 채택해 아일랜드 국경문제 대응과 관련, EU에 변경을 위한 재교섭을 원하는 메이 총리의 의향을 사실상 승인했다. 

백스톱안은 브렉시트가 합의 없이 강행될 경우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을 피할 목적으로 영국을 일정 기간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하원은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와 힐러리 벤, 보수당의 니키 모건 의원 등이 상정한 초당파 브렉시트 수정안은 찬성 298, 반대 321로 거부했다.

쿠퍼 의원 등의 '플랜 B' 수정안은 2월26일까지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한 브렉시트안을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경우 EU 최고법규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탈퇴 시기를 3월29일에서 9개월 동안 늦추자는 내용이다.  

또한 하원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수정안도 앞서 표결에서 31표 차이로 가결에 실패했다.  

법무장관 출신의 도미닉 그리브 보수당 의원이 내놓은 수정안과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가 상정한 수정안 역시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수정안 표결에서는 3월29일에는 어떻게든 EU를 떠난다는 입장을 공언해온 메이 총리가 어렵게나마 승리를 쟁취한 모양새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연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확산 일로에 있는 만큼 앞으로도 메이 총리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재협상을 EU 측에 제안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 각료들에  EU와 합의한 브렉시트안의 주요 조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EU 측에 다시 교섭하자고 요구할 의향을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 협정을 "대폭적이고 법적 구속력 있게 바꿔야 한다"며 "이 같은 변경 교섭이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브렉시트 합의의 교섭 재개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현행 합의안으로는 브렉시트 후에도 일부 EU 규칙에 따라야 할 가능성이 있기에 의회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재협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EU는 지금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의 재협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교착 상황의 타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U 브렉시트 협상 관계자는 연달아 "재협상은 절대로 없다"고 못을 박았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EU와 영국이 타결한 합의안이 브렉시트를 질서 있게 진행하도록 보장하는 최선의 유일한 방안이라며 메이 총리의 재협상 추진을 일축했다.

그는 영국 하원이 317대 301로 가결한 아일랜드 국경 '백스톱' 대체안에는 다시 교섭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협상 관계자는 정치선언 등의 수정에는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응할 수는 있지만 메이 총리가 합의안 전체에 대한 협상 재개를 구한다면 결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