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섣달그믐이 가까이 오고 있다. 섣달그믐은 양력이 아니다. 음력 12월 마지막 날이다. 따라서 양력에는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도 혹자는 양력 12월 말일에도 ‘섣달그믐’이라 하는데 이는 오류(誤謬)이다. 잘못된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쓰면 개인적으로는 무식의 폭로요 이를 넓히면 문화민족으로서의 수치다.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엉뚱한 일로 바쁜 사람이 있다. 불로소득(不勞所得)을 노리는 도둑이 이런 유의 장본인이다. 도둑 중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그 첫째는 생계 형 도둑이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하는 도둑이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이 생계 형 도둑에 속한다. 
다음으론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이다. 좀도둑은 물건에 욕심이 나서 견물생심으로 물건을 훔쳤든지 호기심이 발동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든지 하는 시시한 도둑이다.
다음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착취(搾取)가 극심해 민심이 흉흉(洶洶)할 때 이들의 물건을 훔쳐다가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義賊)’이라고도 불리던 큰 도둑이다. 소설에 나오는 ‘의적 일지매’ ‘의적 홍길동’ ‘의적 임꺽정’ 등등이 있다. 
그러나 무서운 건 물건만 도둑맞는 게 아니고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죽이는 날강도(強盜)가 있다. 보통 도둑은 다른 사람 모르게 은밀히 물건을 훔치는데 비해 강도는 물건을 가진 사람과 맞닥뜨려 강제로 물건을 빼앗는데 상황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특수 절도(竊盜)의 파렴치한(破廉恥漢)이다.
예로부터 집안에 도둑이 들면 ‘앞에서 도둑을 잡으려 하지 말고 뒤에서 몰아내야한다’ 라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도둑들은 호신용으로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 도둑질하다가 만일 주인에게 들켰다고 생각되면 도둑은 후환(後患)을 없애기 위해 주인을 죽이려 한다. 그런데 졸지에 도둑맞은 사람들은 감정만 격(激)했을 뿐 방어력이 있을 리가 없다. 무방비의 상태이다. 그런데도 도둑맞은 물건을 찾기 위해서 도둑에게 덤벼들었다간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도둑은 앞에서 잡으려 하지 말고 뒤에서 몰아 도둑이 도망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을 잡는 방법 중 지혜로운 방법이 있다. 도둑질하는 현장이 목격되면 도둑을 혼자 잡으려 하면 안 된다. 십중팔구는 실패하거나 오히려 위해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도둑이야, 도둑이야…….’라고 큰 소리로 외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힘을 보태어 같이 도둑을 쫓으면 협동 작전으로 좀도둑 정도는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훨씬 더 나은 방법이 있다. 거의 비슷한 방법이긴 하지만 효과 면에서는 훨씬 더 효과가 있는 방법이 있다. 도둑질하는 현장을 발견하면 ‘도둑이야, 도둑이야…… ’ 대신에 ’불이야, 불이야…….’를 연발하면 주위 사람들의 빠른 주의력 집중과 동조를 받아 도둑을 잡을 수가 있다.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은 그 말 자체에 화급(火急)하다는 상황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도둑이야…….’라고 외칠 때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다.
우리말은 이렇게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소통에 큰 차이가 있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설날을 기해 친척 간에 주고받는 덕담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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