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서울 여성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인자들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서울 여성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인자들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들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용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첫째 자녀 임신 전 취업 중이었던 여성 5433명(비임금노동자 제외) 중 출산전후휴가는 40.0%, 육아휴직은 21.4%가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한 이번 보고서를 보면, 첫째 자녀 출생 시점에 따라 일·가정 양립제도 활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출산전후휴가의 경우, 2001년 이전 출산했을 때 사용 비율이 25.1%에 불과했으나 2011년 이후엔 절반인 50.0%까지 두 배가량 많아졌다. 육아휴직은 같은 기간 5.3%에서 36.7%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제도 활용도는 고용 형태와 직종 등에 따라 격차가 있었다.

제도 이용률이 높은 2011년 1월1일 이후 아이를 출산한 여성 노동자 1975명으로 대상을 좁혔을 때 정규직인 상용직노동자는 58.2%가 출산전후휴가를, 43.3%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임시·일용직 노동자 가운데선 6.6%와 1.8%만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휴가·휴직을 사용하기 열악한 지위와 해당 기간 임금지급과 직결된 고용보험 가입 여부에 주목했다. 

2017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상용노동자는 97.6%가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임시·일용노동자 가운데선 24.1%만이 고용보험 울타리 안에 있었다.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는 직종과 직장별 차이로 이어졌다. 임시·일용노동자가 절반이 넘는(2018년 통계청 기준 54.0%) 판매직 노동자들은 19.5%와 10.5%가 휴가와 휴직을 썼지만 상용노동자가 대부분(90.3%)인 사무직에선 이 비율이 61.1%와 46.6%로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직장 유형별로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이 78.7%와 61.4%, 민간 대기업이 72.8%와 61.3%의 휴가와 휴직 활용률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은 41.0%와 27.2%, 개인사업체는 13.2%와 4.6%로 사용률이 열악했다. 

이런 가운데 자녀 임신 직전 취업 중이었던 기혼 여성들은 첫째 자녀 출산 전후로 65.8%, 둘째 자녀 때 46.1%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경력단절 비율이 낮아진 건 첫째 자녀 임신·출산 이후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상당수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연구를 담당한 이지혜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직장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일·가정 양립제도 이용에 조금 더 허용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직종이나 종사상지위, 직장 유형인 경우 여전히 제약 조건이 많았다"며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2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중소기업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지원금 및 대체인력지원금은 물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인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등에겐 월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90일간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 전문연구원은 "이런 정책은 상대적으로 노동여건이 열악한 직종, 지위 등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가정 양립제도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라며 "촘촘하게 제도를 보완하고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보편적으로 제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문화와 제도를 개선해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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