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보유세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린다면서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거래세는 왜 내리지 않는 겁니까?"  

지난달 서울 용산구 소재 아파트(전용면적 59.55㎡) 매수 계약을 맺은 회사원 박모(51)씨의 볼멘소리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박씨는 고심끝에 전세로 살던 단지에서 시세보다 낮게 나온 급매물을 구입했다.   

무주택자였던 박씨는 이달 말 잔금을 치르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지만, 거래세는 부담이다. 아파트 매수가격은 8억원. 취득세로 1760만원(취득세 세율 2% 1600만원+지방교육세 세율 0.2% 16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부동산 관망세가 짙은 상황에서 아파트를 지금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잦은 이사로 인한 아이들 학교·교육 문제와 직장 출퇴근 여건 등을 고려해 매매를 결정했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매 계약을 맺고 나니 거래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잇따르며 부동산시장에서 찬바람이 거세다. 거래가 중단된 이른바 '거래 절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 주요지역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는 부동산 관망세 역시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같은 달 기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신고 건수 기준 1857건으로, 지난 2103년 1196건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최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월 1만198건보다는 81.8% 급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1만3813건을 고점으로 꾸준히 하락하다 가을 성수기인 9월과 10월 잠시 늘었다. 이후 9.13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본격 나타난 11월 3544건으로 하락하더니 12월 2299건으로 뚝 떨어졌다.
  
지역별로 용산구는 지난해 1월 거래량이 1만21건으로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많았지만, 지난달에는 가장 적은 20건에 불과했다. 또 ▲강남구 690건에서 86건 ▲서초구 519건에서 64건 ▲송파구는 825건에서 82건으로 거래량이 줄었다.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 가격 안정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되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거래세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2015년 기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보유세 비중이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다만 거래세 비중은 2.3%로 OECD 평균 0.8%보다 3배가량 높다. 이에 부동산관련 총 세 부담이 3.1%로 OECD 평균 1.9%보다 1.6배나 높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가 뚝 끊긴 부동산시장에서 거래세 인하시기를 놓칠 경우 주택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자칫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듭된 고강도 규제 대책으로 집값 안정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지만, 꾸준한 거래 없이 시세보다 낮은 일부 '급매물'로 집값 안정화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거래 절벽 속 한두 건의 급매물이 집값을 끌어내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일부 다주택자를 제외하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증여하는 등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탓이다.

부동산시장에선 보유세를 계속 올려 고가·다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거래세(양도세·취득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집값이 하락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향이다.

특히 집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으로 판단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거래세 인하는 자칫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세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취등록세는 지방세로,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일부에선 국세인 종부세가 늘어 지방교부금이 늘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은 일정 정도 필요하다"며 "부동산시장의 거래 절벽을 막기 위해 거래세를 낮춰 주택시장에 숨통을 틔워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단기 매매에 대해서는 강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보유했다 팔 경우 양도세를 낮춰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한시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거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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