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나 극장의 공중 화장실에 가면 여자화장실 앞에만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해외 선진국처럼 여성 변기를 남성의 2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설치 기준도 시설별로 세분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8일 발간한 '공용화장실의 여성 이용 편의성 제고를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햅ㅂㅂ 공중화장실법에는 공용화장실의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를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1대1)보다 많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1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야외극장, 공원과 연평균 1일 편도 교통량 5만대 이상인 고속도로 등에는 여성화잘싱의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공중화장실을 조사해 보면 여성화장실이 남성화장실보다 오히려 적은 상황이다.  

올해 1월 기준 공중화장실을 포함해 개방·이동·간이화장실에 설치된 남성용 변기(소·대변기 포함)는 36만6879개이고, 여성용은 22만7952개로 여성용 변기의 합이 남성의 약 62.1%에 불과하다.   

지자체별로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여성 변기 비율이 84.0%로 가장 높았고, 울산(73.3%), 부산(73.1%), 전남(70.8%), 서울(70.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는 57.3%로 가장 낮았다.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화장실 사용 시간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가량 긴 편이다. 한국화장실협회가 실시한 2008년도 조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여성 화장실 사용시간은 남성보다 1.88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복합적 이유 때문에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만 되면 어김없이 고속도로 휴게소 여성 화장실의 긴 줄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건물의 용도나 입점 시설의 종류에 따라 세분화 된 변기 설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극장, 공연장 등은 남성용이 125명당 1개, 여성은 65명당 1개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종교시설은 남성용은 150명당 1개, 여성용은 75명당 1개를 권고하고 있다. 시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5~2배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재환 입법조사관은 "건물의 용도나 입점 시설의 종류에 따라 방문객의 주요 성별이나 이용자수가 차이가 있고 화장실 사용 빈도가 다름에도 최소 설치 의무 수량과 남녀별 비율만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준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일반적 통념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용화장실 변기 설치 규정을 시설의 용도별로, 이용자수에 따라 세분화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적 추세에 따라 여성 변기 수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남성은 500명당 대변기 1개와 소변기 2개를., 여성은 100명당 1개를 설치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정 조사관은 "여성 변기 수를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변기 비율이 남성의 62%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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