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6구간, 엑스포공원-28구간, 호산버스터미널)
해파랑길 (26구간, 엑스포공원-28구간, 호산버스터미널)
  • 경기매일
  • 승인 2019.0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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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벗하고 풍광을 즐기는 것은 길을 걷는 재미다
최경호<br>안산시청 관광과장
최경호
안산시청 관광과장

오늘은 울진에서 삼척까지 걷는 47.7km 일정이다.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서는 것이다. 
  하늘이 맑다. 가을이 짙어 가고 있다. 금강송이 청청한 하늘로 솟아 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날리고 누렇게 된 벼도 뒤질세라 바람에 흔들리며 여행자들을 반겨 주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바람. 참 좋다. 
  엑스포공원을 출발한 발걸음이 언덕에 올라서니 바닷가 옆에 정자가 보였다. 앉은 김에 누어가라고 했던가. 어느새 시간은 배꼽시계 울 때가 지나 있었다. 마을 작은가게에서 맥주 몇 병 사다가 아예 점심상을 차렸다. 
죽변항이 보였다. 울진읍 연대3리다. 부지런히 걸은 덕분에 오후 4시면 오늘 머무를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5시간 이상 차를 타고 어렵게 왔으니 힘이 있을 때 더 걸을 요량으로 오늘 여행거리를 연장하기로 했다. 
후정리 향나무가 쉬었다 가라며 발걸음을 잡는다. ​밑동에서 2개 줄기로 갈라 진 수령이 ​500년 된 향나무는 울릉도에서 파도에 밀려 와 이곳에서 자라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3명의 여행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서울에서 내려 온 여행자였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산 오륙도부터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백두대간과 지리산둘레길을 종주했다고 했다. 우리 일행 몇몇도 그들과 같은 시간들이 있었으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겪었던 과정을 나누는 시간은 즐거웠다. 우리는 통일전망대까지 완주하자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어깨까지 자란 산죽이 숲을 이룬 곳을 지나 언덕 정상으로 올라서니 ​‘용의 꿈길’이라는 안내표시판이 보였다. 용추 곶(龍湫 串). 용이 노닐면서 승천한 곳이다. ​이곳은 신라시대 화랑이 왜구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상주했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대나무를 화살의 재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울진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일하는 인력 때문인지 월세방을 알리는 안내문이
많이 보였다. 피서철이 지나 인적이 뜸했지만 작은 시가지를 형성한 곳에 호텔이 보였다. 4명 이상이 누워도 넉넉한 방을 45,000원에 얻고 죽변항으로 차를 몰았다. 
​방어와 오징어회가 수북한 접시를 보며 우리는 오늘 피로를 소주잔에 타서 마셨다. 같이 여행하는 이들이 있어 즐거운 저녁시간이다.
금강송이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살펴보니 밖은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지난 9월 사동항에서 맛봤던 일출이 생각나서 홀로 해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러 연구소들이 발길을 막아 해안으로 갈 수가 없었다. 호텔로 들어서니 여행자들이 단 잠에서 깨어있었다.
​오늘 목적지인 호산버스터미널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6.9km 떨어진 옥계서원유허비각까지는 울진원자력발전소 시설 때문에 해안으로 갈 수가 없어 ​자동차전용도로로 들어섰다.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논 옆으로 길이 나 있었다. 논과 밭이 이어진 곳에 그림같이 서 있는 농가 주위에는 진홍빛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자연과 벗하고 풍광을 즐기는 것은 길을 걷는 재미다. 그렇게 울진군 북면 고목리에 위치한 옥계서원유허비각에 도착했다. ​조선후기에 세워진 비각은 마을사람들에게는 서당 같은 곳이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을 비롯한 세 분의 훈장을 모신 사당인 것이다. 이곳에서 부구삼거리까지 2.7km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30여분 걸어 올라가니 울진한울원자력 홍보관이 있었다. 원자력이 유용하고 안전하다고 알리고 있으나 과연 이곳 주민들은 곧이곧대로 믿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구삼거리에서 고포항까지는 산으로 올라야 했다. 경상북도에서 산이 많은 강원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고포항은 그 경계에 있었다.
​고포해변으로 길을 잡았다. 고포리마을은 고즈넉했다. 범죄 없는 마을로 지정된 고포리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감과 대추였다. 파란하늘에 주홍빛 감과 붉은색 대추가 눈을 시리게 했다. 감이 바람에 떨어져 있었다. 감을 주워서 한 입 베어 먹었더니 달다. 단감도 대추처럼 태풍과 천둥 그리고 번개를 맞으며 땡볕과 초승달 빛에 쬐여 떫은맛이 아닌 단맛을 내고 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낭송하는 몸이 흥으로 달아올랐다.
고포 해변을 지나 월천해변으로 향하는데 1968년 북에서 공비들이 침투했던 곳이라고 써져있는 안내판이 보였다. 세찬 파도가 철조망 보수 작업을 하는 해안을 굉음을 내며 때리고 있었다. 파도가 세찬데도 이곳이 침투하기에 적정한 장소로 판단한 북한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한편 한반도평화통일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해 졌다. 
  가곡천과 호산해변이 한 뼘까지 마주 닿아있는 곳에 솔섬이 보였다. 어느 외국작가가 솔섬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작품이 대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바닷가 옆에 우뚝 솟은 공장건물 때문에 주위가 조화롭지 않았다. 자연을 보존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힐링 할 수 있는 그런 해파랑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호산버스터미널이 보였다. 부산 오륙도부터 464km를 걸어올라 왔다. 이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는 305.3km를 더 올라 가면 된다. 앞으로 걸을 강원도 구간 해파랑길의 또 다른 이름은 낭만가도이다.
10.9. -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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