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이후 1년 만에 1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3만6000여명이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달라진 임종문화에 맞춰 다음달부터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 시술을 기존 4개에서 7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질환에 관계없이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올해 2월3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5259명이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4개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 연장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전체 작성자 중 성별로는 여성이 7만 7974명(67.7%)으로, 남성 3만 7285명(32.3%)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 7539명으로 대다수(84.6%)를 차지했다.

지역별 작성자는 경기(27.2%), 서울(26.1%), 충남(8.9%) 순으로 많았으며, 지역 내 인구 수 대비 작성률로 산출하였을 때는 충남, 전북, 대전, 서울, 경기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1년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결정을 유보(처음부터 시행하지 않음)하거나 중단(시행중인 연명의료 중단)한 경우는 3만6224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2만1757명(60.1%)으로, 여성 1만4467명(39.9%)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2만 8519명으로 상당수(78.7%)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으며,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이 뒤를 이었다. 

가족 결정(2명 이상 진술 또는 가족 전원합의)에 따른 경우는 67.7%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인) 32.3%보다 높았다. 아직까지는 가족 중심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환자의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60.9%)과 종합병원(35.6%)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명의료를 원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는 연명의료 범위를 3월부터 확대키로 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27일 연명의료결정법상 '연명의료' 정의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술'을 추가해 기존 4가지 치료 외에도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다른 시술들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에크모(ECMO)'로 불리는 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승압제 투여 등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인 가운데 복지부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추가 치료 시술을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다음달부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기환자의 대상질환을 4가지(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한정했던 것도 삭제해 질환과 관계없이 말기 환자라면 누구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전국 총 290개소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혀둘 수 있다.

연명의료 결정 및 이행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해 현재 173개소에서 등록한 상태다.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의료기관 업무는 공용윤리위원회 8곳에서 맡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종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보상 및 평가체계를 마련했다. 3529명이 기본교육을 이수했으며 403명은 의사·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중점대상으로 하는 심화교육을 받았다.

의료인들이 적정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 관련 건강보험 수가도 신설한 상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를 독려하고 환자 본인의 의사가 적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연명의료 자기결정 존중비율'을 내년 의료질평가 신규지표로 도입하고 올해 진료실적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복지부 이수연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년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적용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민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등록기관을 추가 지정하고 지정된 등록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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