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트레킹 (29구간-31구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해파랑길 트레킹 (29구간-31구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 경기매일
  • 승인 2019.02.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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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br>안산시청 관광과장
최경호
안산시청 관광과장

 

이번 여행은 2011년 까지 백두대간을 함께 종주했던 3인방이 29구간인 호산버스터미널부터 31구간인 덕산해변까지 38km를 걷기로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걷다보면 그 중 한 사람은 스승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스승 한 사람씩을 대동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응봉산 덕풍계곡에서 흘러 온 물이 호산천으로 흘러 바다에 닿았다. 하천 제방 위로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봄이다. 온통 연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대지는 청춘이다. 새소리가 맑다. 푸른 바다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노란민들레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2년 전 오늘,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었다. 할 수 있는 것이란 발을 동동 구르며 세월호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눈 뜨고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고 바뀐 것은 없었다. 나는 오늘 노란 점퍼에 노란 모자 그리고 노란 손수건을 착용했다.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데 대한 최소한의 태도를 지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9코스는 해안과 떨어져 있었다. 몇 곳의 농촌부락을 거쳤다. 농부들은 오늘 저녁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대비해 농수로를 정비하고 뒤뜰을 살피고 있었다. 마을들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해안가 뿐 만 아니라 농촌마을과 들길을 걷다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관광 업무를 하고 있는 내 삶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규보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고, 
청보리가 눈을 시리게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이 발걸음을 잡았다. 모처럼 시를 꺼냈다. 시를 낭송하며 걷는 들판이 좋다.
해변이 보였다. 낭만가도다. 낭만가도는 삼척에서 시작해 동해와 강릉, 양양, 속초 그리고 최북단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안가 길이다. 용화레일바이크역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오늘 오후는 기상이 악화된다고 해서 모두들 서두르고 있었다. 이미 예매시간을 놓쳐 레일바이크를 탈 수 없게 된 우리는 레일을 따라  해송이 그늘을 만들어 놓은 곳을 터벅터벅 걸었다. 
올림픽 마라톤 영웅 황영조기념공원이 보였다. 함께 동행하고 있는 이장신 러너는 배가 나온 황영조는 더 이상 마라토너가 아니라고 했다. 나 역시 평발이면서도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이봉조를 더 좋아 한다. 그래도 우리는 황영조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선로에서 러너 포즈를 취했다. 풀코스 완주 100회를 목표로 함께 달리고 있는 이장신과 나는 1주일 전 서산국제마라톤대회에서 4시간 5분 20초 같은 시간에 골인하며 진검승부를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었다. 
5.4km 레일바이크길은 나 혼자 사색의 시간이고 공간이었다. 770km 해파랑길 중에서 494km 지점에 와 있으니 내 삶이 이쯤일까. 
레일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구간에는 용화해변과 문암, 원평 그리고 궁촌해변이 이어져 있었고 선로가 끝나는 궁촌역에는 용화역으로 향하는 몇 명의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궁촌해변 옆 언덕 위에는 고려의 마지막 왕이었던 공양왕릉이 보였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승용차를 주차해 놓은 호산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에는 우리와는 달리 고성군에서부터 부산 오륙도로 남하하고 있는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녀20여명이 해파랑길을 걷고 있었는데 삼척역 쪽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지 우의를 입고 있었고 배낭에는 노란리본이 매여 있었다. 반가웠다. 왜 그들이 반가웠을까. 같은 길을 트레킹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노란리본을 보아서 였을까.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임원항 주위에는 시내를 이루고 있었다. 호텔을 잡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삼겹살 음식점을 찾았다. 오늘은 27km이상을 걸었으니 영양 보충을 하고 편히 쉬자는 심산이다.
밤새 창문이 들썩거리고 바다는 윙윙 울었다. 새벽녘에 일어나서 창밖을 살펴보니 나뭇가지가 휘청거렸다. 궁촌해변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거셌다. 오늘은 덕산해변까지 걷기로 했다. 농촌마을을 지나 다다른 곳은 명사십리 하맹방해수욕장. 해수욕장에는 인적이 끊어져 있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상맹방해수욕장까지 달리기로 했다. 파도가 용솟음치듯 했다. 바람이 모래를 일으켜 달리는 몸을 덮쳐 왔다. 3.6km 달려서 도착한 곳에는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제15회 삼척맹방유채꽃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이곳까지다. 조금 무리했지만 그래도 당초 계획한 거리보다 한걸음을 더 했다. 이곳에서 5.3km를 더 가면 삼척역이 나올 것이다. 
2016.4.1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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