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중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소방경 임재만
인천중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소방경 임재만

우리 소방공무원은 화재예방과 대응, 복구를 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소방 후배들을 볼 때 매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협조다. 30년 이상의 소방관 생활을 하다 보면 언론의 사건, 사고를 더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주로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이다. 재난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화재는 대형 화재로 변질되고 구조, 구급 상황은 위험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소방이 다루는 영역인 화재·구조·구급 등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각종 사고발생 시 신속한 현장도착은 그야말로 화재진압 및 사건·사고해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고접수 후 현장에 소방관들이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에 따라 요구조자의 생사가 결정된다. 화재의 경우 5분 이내 사고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초기대응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간이며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확산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재산피해가 늘어나고 인명피해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구조·구급의 응급환자에게도 4-6분이 골든타임이다. 심 정지 또는 호흡곤란 환자는 4-6분 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돼 소생률이 크게 떨어진다. 5분은 긴급출동을 하는 소방관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며 또한 소방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늘어나는 차량과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대도시라도 이 시간에 현장 도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택가 골목길, 아파트 단지 내 불법주정차로 인한 비좁은 도로와 사이렌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얌체 운전자들, 교통상습 정체구간의 차량정체 등의 문제 때문이다.

소방서에서는 정기적으로 소방통로 확보 훈련, 불법주정차 단속 및 소방차 길터주기 캠페인 등을 실시해 소방출동로 확보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소방출동로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골목길 등 부득이 주차할 경우에는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운전 중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운전 또는 일시정지해 소방차가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양보해야 한다.

모세의 기적의 이란 제목으로 선행사례가 언론 및 방송매체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나 또한 소방관으로서 모세의 기적을 바라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놀라운 정도로 발전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공공질서 준수와 긴급차량 양보는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배려이자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도로 위의 소방차가 그냥 옆으로 지나가는 소방차정도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차량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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