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해가 바뀌어 양력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한 달하고도 3주가 지나가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인 지난해의 연말이 가까이 되면 옛 스승님을 비롯하여 가까이 지내는 친척, 친지, 친구들에게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전통적인 연하장을 작성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노력이 적게 드는 게 ‘관제엽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규격에 제약을 받지 않고, 쓰는 사람 개인의 개성을 살려 만들기도 하였다. 또 같은 내용을 수십 또는 수백 장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연하장을 보내기도 하고 이와는 달리 특별한 소수에게는 특별한 정성과 애정을 담아 일일이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작성한 연하장은 우체국까지 가서 부친다. 연하장을 만들어 보낼 때는 연하장 만들 때부터 상당한 마음의 준비와 더불어 노작 활동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크게 바뀌었다. 연하장을 주고받는 것은 전통 사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연하장 제작 방법에서나 전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졌다.
물론 지금도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 층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하장을 제작하여 우체국을 이용하여 전달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리라고 추정한다.
지금은 컴퓨터의 이메일을 이용하기도 하고 더 손쉽게는 스마트 폰으로 연하장(年賀狀)을 마음대로 작성하여 시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어느 때나 전송(電送)하고 있다. 전통 사회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새해 벽두(劈頭)부터 올해는 ‘황금 돼지띠’의 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돼지는 ‘부(富)의 상징’으로 꿈을 꾸어도 ‘돼지 꿈’을 꾸면 횡재수(橫財數)가 아닌가 하고 막연하게나마 물질이 들어 올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좀 더 적극적인 축들은 꿈을 현실로 발현(發現)시키려고 로또복권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희망과 기대가 되는 새해가 민속학으로 볼 때 그냥 ‘돼지띠의 해’라고 해도 괜찮은 일인데 크게 한 술 더 떠서 ‘황금 돼지 띠’의 해라고 하니 막연하게나마 새해에 거는 기대가 여느 해와는 확연하게 다른 것 같다. 
더구나 새 정부 들어 여느 정부에서보다 경제가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사람들은 물질의 궁핍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 
이렇게 물질적 궁핍을 체감할 때 ‘황금 돼지띠’를 맞는 국민들의 기쁨과 새해에 거는 기대 수준은 크게 높은 게 사실인 것 같다. 
우리말에 ‘덕(덕분)’과 ‘탓’이 있다. 
‘덕(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으로 긍정적일 때 써야 하는 어휘이다.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하는 어휘이다. 
그러니 이 두 어휘의 쓰임은 정반대의 상황에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적 구분 없이 잘못 쓰는 사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해 아래의 용례에서 무엇이 잘못인가 보자.
1) “올해는 ‘황금 돼지띠’의 해가 되는 덕(덕분)에 행복해 질 것 같다.”
2) “올해는 ‘황금 돼지띠’의 해가 되는 탓에 기대가 된다.”
3) “해결 방법을 가르쳐 주신 할머니의 덕(덕분)에 일이 쉽게 해결 됐다.”
4) “내가 거기에 가서 기분 나쁜 일을 당한 것은 순전히 네 탓이다.”
5) “남의 탓만 할 게 아니라 내 탓으로 돌려 자성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위의 용례 중에서 2)가 상황에 맞지 않게 잘못 쓰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올해엔 ‘황금 돼지띠’의 해답게 우리 모두 황금 돼지띠 해의 덕을 보았으면 한다. 또한 언중(言衆)에서 ‘탓’과 ‘덕(덕분)’을 상황에 맞게 제대로 쓰는 우리말 사랑의 해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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