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digilog) 흑백사진 작가 백상현

<디지로그(digilog) 흑백사진 작가 백상현>

34년간 흑백사진으로 아날로그 감성만을 고집해온 한 사진작가가 있다. 흑백이 컬러로 바뀌고, 수동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는 시점에서도 그는 꿋꿋이 옛 필름카메라만을 고수하며 출사에 나섰다.

1983년 번듯한 직장까지 내려놓고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를 쫓는 남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자신의 만을 바라보고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필름카메라와 디지털기술이 융합된 디지로그(digilog) 흑백사진을 최초로 만들어 낸 인물로써,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최고의 흑백 프린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백상현 사진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6, 단원미술관서 시화호의 모든 추억 꺼낸다>

오는 326일은 백 작가가 안산 단원미술관 최초로 사진 개인 전시회를 여는 날이다. 단원미술관에서 연간 20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전시행사 기회를 단 한번이라도 얻기 위해, 300여명의 경쟁자들이 물밀듯 몰려들었지만, 백 작가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당당히 뚫고 개인전의 기회를 얻어냈다.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단원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은 총 80점으로, 디지로그 흑백사진작가 백상현씨가 지난 21년간 사진 속에 담아온 시화호의 모든 추억을 만나볼 수 있다.

 

 

시화방조제가 완성된 후에도 시화호 주변을 맴돌며 놀 것들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 뒤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단지의 모습이 보인다. (1998.07)

“19942월 시화방조제가 완성된 후 1300만평의 인공 호수가 생겨나고 3500만평의 광활한 갈대밭이 조성되면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보상금 몇 푼에 내 몰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처참했던 시화호를 배경으로 폐쇄된 염전, 도구들만 덩그러니 남은 소금창고, 버려진 낚시배, 쫓겨난 주민들의 마지막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화호의 내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환경변화를 기록해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1997년엔 고정리 태정 염전으로 우연히 촬영을 나갔다가, 식물들이 시들고 동물의 사체가 썩어가는 처참한 생태계를 목격했습니다. 그때 문득 노장사상 무위자연(꾸밈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이라는 글귀가 떠올랐고, 아주 미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백 작가는 지금도 시화호는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이미 파괴되고 사라져 버린 자연환경을 얼마나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 그는 항상 관찰 중이다. 편리함만 추구하고 개발에만 몰두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자연은 얼마나 용서하고 있을까. 백 작가의 시화호, 내면의 세계개인 전시회에서는 그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밀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장소라 불리는 ‘각시당’의 모습. 이 자리는 현제 시화방조제가 생기고 골프장 건설이 예정되어 있지만, 환경단체는 ‘각시당’의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8.06)

<죽기 전까지 셔터를 놓지 않는 것, 사진가의 끝없는 길>

1983년 무렵, 35mm 미놀타 수동카메라를 손에 잡으면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36년이란 긴 세월동안 사진 속에 모든 열정과 예술 혼을 쏟아왔다. 백 작가는 현재 안산시 선부동 상호상가 내에 위치한 작은 사진관을 운영 중이지만, 그의 작업실 한 켠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빛나는 작품들이 숨겨져 있다.

사진 평론가 고려대 역사연구소 김석원 교수는 백상현 작가는 잊혀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읊조린다고 평론했다.

김 교수의 말과 같이 백 작가는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들을 꺼내 아름답게 한다. 그가 이 중요한 작업을 하기 위한 도구는 필름카메라디지털스캐너. 디지로그(digilog) 기법은 디지털카메라만으로는 담지 못하는 선명한 감동이 있으며, 그가 창조해낸 작품성과 기술성은 흑백사진의 대가 조임환 작가도 인정했다.

 

극한의 추위가 찾아온 영하 17도 ‘형도앞바다’의 모습. 20년 전엔 담수호 환경이 좋지 않아 조개무덤이 생겨나고 고기들이 죽어 썩어가고 있었지만, 현재는 맑은 물에 얼음이 얼고, 그 얼음물에 또다시 바닷물이 들어와 얼며,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8.01)

사진의 디테일과 고급스런 표현력은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이 한 수 위라고 말합니다.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감성과 디지털기술이 융합하면 작가는 더 좋은 작품을 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는 1996입적일기를 시작으로 2004양수리의 아침까지 4회에 걸쳐 온라인 작품을 발표했으며, 2008년 서울 나우 갤러리에서 발표한 사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9회에 걸쳐 흑백 사진전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백 작가는 2018부산국제사진제, Made in 뉴욕전 크로싱 아트 갤러리 등 영향력 있는 행사에 초청되었으며, 2018년에는 부산국제사진제에서 초청 양재문 작가와 성남훈 작가 등과 함께 초청되어, 초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2008년 첫 사진집 을 출판했고, 올해 시화호, 내면의 세계사진집을 출판했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꿈의 절반은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그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더 날개를 펼치고 더 힘차게 날았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지역의 모든 사진가들이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을 내세워 전시회에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26일 열리는 제 개인 전시회가 사진가의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내 미술관 혹은 갤러리 등 어느 누군가가 예술종목에서 사진을 배제시킬 때마다, 그는 사진의 예술성을 내세워 당당히 싸웠다. 그의 열정과 투쟁이 어쩌면 한국 사진예술의 거대한 관문을 여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디지로그(digilog) 흑백사진가 백상현씨의 작품은 326일부터 31(6일간)까지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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